복건에 심의(深衣 : 높은 선비의 웃옷) 차림을 한 전신입상으로, 18세기에 그려진 대부분의 유자상(儒者像)이 전신부좌상이거나 복부까지 내려오는 반신상인 데 반하여 입상으로 그린 점이 특이하다.
그러나 대상인물이 취하고 있는 좌안팔분면(左顔八分面)의 각도나 허리띠 밑에서 맞잡은 공수(拱手)자세와, 눈길의 처리 등은 모두 당시의 초상화양식과 부합된다. 얼굴 처리는 그 굴곡을 나타내기 위해 움푹한 부위에는 여러 번 붓질을 가해 어둡게 하고, 불룩한 부위는 붓질을 덜해 밝게 한 훈염법(暈染法)의 필법을 사용하였다.
이와 같이 수척한 얼굴모습, 구부러진 눈썹, 얇게 꺼풀진 눈매, 눈길의 각도, 미소지으며 살짝 다문 입매 등 김이안의 개성과 학자로서의 풍도를 효과적으로 잘 표출하였다. 옷선 처리에 있어서는 당시 초상화들과는 달리 옷감의 질감이나 주름의 굴곡진 부위를 그대로 살리고자 한 의도가 엿보인다.
굴곡진 부위를 우선 담묵색으로 선염 처리한 뒤, 그보다 짙은 선으로 주름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러한 얼굴 처리나 옷선 처리 이상으로 이 그림을 특징짓는 요소는 곧 심의와 복건, 심의의 바탕과 양깃이 이루는 흑색대비로서, 이러한 요소들은 결국 그의 선비로서의 고결한 품위를 잘 묘사해주고 있다. 유학자의 한거한 모습을 담은 초상화로, 18세기의 초상화 기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