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은 정숙(貞淑). 서울 출생. 1948년 평양사범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평양 서문여자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돌개바람」이 입선되었고, 1960년에 국립극장(國立劇場)과 『서울신문』이 공동 주최한 작품 모집에 「인공낙원(人工樂園)」이 입선되어 본격적인 극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제작극회와 여인극장 등에서 활동하였으며, ITI(국제무대예술인협회)의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을 역임하였다. 작품집으로는 1974년에 희곡집 『이민선』, 1988년에 『하늘의 포도밭』을 발간하였다.
김자림의 작품은 여성 문제를 다루면서 고루한 인습을 깨뜨리려는 비판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주제는 데뷔작인 「돌개바람」과 「화돈(花豚)」(1970)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김자림은 이러한 개인 문제나 인습 문제에서 관심을 확대하여, 「동거인(同居人)」(1969)에서는 한 남파 간첩과 그의 가족과의 재회를 통해 분단의 비극을 다루기도 하는데, 이러한 모습은 월남(越南) 작가로서의 한 특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사실적으로 조명하고 있기도 한데, 「이민선(移民船)」(1966)을 통해서는 새 삶을 찾아 몸부림치는 군상들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밖에 김자림의 작품은 남근숭배신앙을 취급한 「신들의 결혼」(1967), 문명 비판적인 「유산(遺産)」(1961)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유산」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다가 돌아온 노인의 재산(실상은 그가 고국을 떠날 때 가져갔던 흙일 뿐이다.)을 탐내는 자식들의 추악한 모습을 통해 물욕에 눈이 어두운 세태를 비판한 작품이다.
그는 이처럼 배금사상으로 가득 차 있는 물질문명에 대한 매도로부터 인습 문제, 분단 문제, 조국의 현실적 삶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소화하여 희곡의 지평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였다. 1984년 대한민국문학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