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행의 자유시이다. 1936년 1월 『조선문단』 종간호에 발표되었다가 그의 첫 시집 『청마시초(靑馬詩抄)』(1939)에 수록되었다.
다른 시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작품이 전재되는 과정에서 몇 군데 첨삭이 가해지고 있다. 전체는 9행으로 연이 구분되어 있지 않지만, 내용면에서 세 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번째 단락(1∼3행)은 도입부로 깃발의 상징적 이미지를 영원한 세계로 향하는 향수의 몸부림으로 보았고, 두 번째 단락(4∼6행)에서는 깃발을 영원히 이룩할 수 없는 꿈과 끊임없는 흐느낌, 향수와 좌절로 보았다. 세 번째 단락(7∼9행)에서는 이러한 좌절의 근본적인 요인을 묻고 있다.
작자는 이 작품을 통하여 깃발의 본래의 형태를 자신의 독특한 주관으로 해석하고,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이상의 실현을 갈구하는 마음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느낄 수 있는 힘은 “깃발의 이미지가 중심이 되어 계속 일으키는 파동감, 즉 상징성이 형성하는 자장(磁場) 같은 것”이라고 한 어느 논자의 말과 같이, 그 이미지들이 결합되어 역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깃발’은 소리 없는 아우성도 되고 노스탤지어의 손수건도 된다. 이때 깃발은 이상향에 대한 동경으로 상징된다. 그리고 순정이 ‘이념의 푯대 끝에’서 백로처럼 날개를 펴는 애수로 화할 때, 깃발은 이상향에 집착하는 의지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상향에 대한 동경이 의지로 발전하다가 결국 좌절의 비애로 귀결된다.
시인이 지니고 사는 높은 이념이 외롭고 애달프다는 것은 현실과 이상, 좌절과 염원을 대응시킴으로써 더욱 확연해진다.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의지가 비애와 좌절로 귀결되면서도 생명에 대한 연민과 강한 애착 같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