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82면. 작자의 두 번째 시집으로, 1938년 11월 삼문사(三文社)에서 간행되었다. 책 끝에 후기로서 저자의 「꼬릿말」이 있고, 「검은 구름이 모혀든다」·「너는 피를 토하는 슬픈 동무였다」·「그래도 남으로만 달린다」·「장마 개인날」·「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등불이 보고 싶다」·「고향아 꽃은 피지 못했다」·「낡은 집」 등 1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제1시집 『분수령』(1937)이 출간된 지 일 년 뒤에 나왔기 때문에, 이 시집에서 시적 전환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제1시집 『분수령』을 기점으로 시적 전환을 해야겠다는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새롭지 못한 느낌과 녹쓴 말’로 엮었기 때문에, 시집의 제목을 ‘낡은 집’이라고 했다는 「꼬릿말」의 내용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수록시편 중에는 이용악의 대표작의 하나인 「낡은 집」이 실려 있기도 하지만, 시집의 제목을 ‘낡은 집’이라 한 것은 저자의 이런 확고한 의도에서 붙여진 것이다.
여기에 실린 시편들은 『분수령』의 시편들과 비교하여 형식적인 면에서는 생경한 관념어(觀念語)와 한자투어(漢字套語)에서 벗어나 보다 정서적이고 다듬어진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그리고 주제 및 내용면에서는 이 두 시집의 시작들을 같은 범주로 유형화할 수 있는데, 일제 치하의 피폐한 농촌현실과 빈궁(貧窮) 속에서 살아가는 유이민(流移民)들의 망국적 비애와 고통을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