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제22시집으로 1975년 일지사(一志社)에서 간행하였다. 모두 55편으로 구성된 연작시(連作詩)이다. 책머리에 자서(自序)가 있고, 말미에는 해제로 김여정(金汝貞)의 「고독과 허무의 공간」이 실려 있다. 이것은 1973년 2월호부터 1975년 1월호까지 만 2년에 걸쳐서 『현대시학(現代詩學)』에 연재된 것을 대폭 수정, 연재의 역순(逆順)으로 편성한 것이다.
인간의 생명·죽음·사랑·고독·이별·염원 등에 관해서 자신의 진솔한 생각과 느낌, 또는 언어의 초원(草原) 같은 것을 이 시집에다 다루어보았다고 작자는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적 숙명의 자리에 스스로를 정립시키고, 또 그런 어둠 속에 선 자신을 그려두고 싶어서 썼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시집은 ‘남남’이라는 큰 제목만 제시되고 있을 뿐, 일련번호로 1∼55까지 이어진 것으로 직정성(直情性)을 특색으로 들 수가 있다.
그 자신의 일상적 생활과 밀착되어 생각과 느낌에서 전혀 가감이 없고, 수사적 교치(巧緻)도 부리지 않은 소박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푸른 바람이고 싶었다/푸른 강이고 싶었다/푸른 초원이고 싶었다/푸른 산맥이고 싶었다/푸른 구름/푸른 하늘/푸른 네 대륙이고 싶었다.”를 서두로 하고 있는 이 시는 아무런 가식도 없고 소박하고 토속적인 한 평범한 인간의 삶을 노래한 것이다.
이러한 삶과 죽음의 순환 원리는 그 누구도 극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은 태어났기에 그 생명을 소중하게 가꾸며 살아가야 하고, 이렇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남남’, 곧 타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시는, 사람은 누구나 이러한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때로는 사랑도 되고 미움도 되고 슬픔도 되고 분노도 되고 연민도 된다는 소박한 생각들로 엮어졌다.
요컨대, 이 연작시는 인간의 일상적 삶 속에서 만나는 ‘나’와 ‘너’와의 갈등적 상황과 허무 의식을 기조로, 평이한 일상어를 구사하여 독자에게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