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문예(文藝)』12월호에 「안약(眼藥)」과 함께 김동리의 추천에 의하여 발표되었다. 내용은 전투의 비정함과 대를 위하여 소를 희생시키는 명령체계와의 갈등을 다룬 것으로, 한국전쟁이 배경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동료였지만 이제는 중대장 이덕호와 부관인 김영수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처음에 연대에서 72시간의 전투 명령을 받았는데 그 시간이 충분히 지났는데도 중대장은 계속 고지를 사수할 것을 명한다.
부관인 김영수는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고 후퇴하자고 말하지만, 중대장은 계속 사수할 것을 주장하면서, “먼저 간 전우들의 영령(英靈)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고지를 사수하여야 한다.”고 명령한다. 여기서 중대장과 부관의 심리적 어긋남이 명백히 노출된다.
중대원은 다음 전투를 위하여 모두 개인호를 파게 된다. 그날 오후 적의 공격을 받고 더 이상 고지사수가 불가능해지자 부관과 몇몇 사병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일단 후퇴한다. 김영수는 여기서 중대장이 고군분투할 것을 생각하고 부관으로서 상관과 행동을 같이하지 못하고 자신만 후퇴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기에 이른다.
적의 공격이 주춤한 틈에 부관은 부상당한 중대장을 찾아내어 외나무다리를 건너 후퇴하게 되는데, 적의 집중사격을 받는 위급한 상황에 다시 처하게 되었다. 이 위급함에서 영수는 중대장을 업고 다리를 건넜고, 중대장은 부관인 영수에게 비로소 고지사수의 명령이 연대에서 내려졌음을 말하게 된다.
그러면서 중대장은 연대의 명령이 부당하였음을 항의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관인 영수는 대를 위하여 소가 희생되는 것이 전투의 원리임을 깨달으면서 중대장이 연대에 항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후퇴한다.
비정한 전투 상황 속에서 개인의 목숨과 명령으로 운영되는 군대 조직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특히 영수의 심리적 상황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가치관이나 이상을 둘러싼 전쟁 속에서도 결국 개인의 이기심이 판단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