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조선문학(朝鮮文學)』 3호인 10월호에 발표되었고, 1939년에 단편집 『해바라기』, 1959년『효석전집』 등에 재수록되었다. 1936년에는 진명섭과 노리타케 가즈오(則武三雄)가 번역하여 일본어잡지인 『문예통신(文藝通信)』에도 발표되었다.
경향문학을 탈피하여 순수문학으로 전향한 뒤에 바로 발표된 작품으로서, 「산」·「들」 등과 함께 자연과 인간의 동화를 묘사한 작품이다.
식이는 푼푼이 모은 돈으로 양돼지 한 쌍을 길렀으나 수놈은 죽고 암놈만 살아남았다. 남은 암놈을 여섯 달 동안 키워서 십리가 넘는 종묘장에 끌고 가 씨돼지에게 접을 붙이려 하나 돈만 쓰고 실패한다.
달포가 지나 다시 끌고 가서 접붙이기에 드디어 성공한다. 자기 돼지가 우람한 수놈의 공격을 받는 것을 바라보며 구경꾼들이 음담패설을 하는 동안, 식이는 도망간 분이를 생각한다.
버스차장이 되었을지도 모를 분이를 찾아서 어디까지라도 가고 싶다는 생각에 잠긴다. 마냥 분이의 생각에 빠진 식이는 기차가 오는 줄도 모르고 철로를 건너다가 기차에 돼지를 죽이고 만다. 자연과 인간의 동화를 표현하는 돼지의 교미장면은 이 작품의 절정을 이룬다.
연상작용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서술되는 식이의 분이에 대한 잠재적 애욕의 환기는 성애를 자연예찬으로 여과시키는 저자의 기법을 충실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본능적인 성애의 묘사가 부자연스럽지 않게 여겨지고 있는 것은 저자의 정황제시의 능숙함에 기인한다.
장면제시에의 치중으로 인한 사건전개의 위축도 감각적인 언어구사나 정교한 문체에 힘입어 심리묘사를 두드러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또한 동반작가적인 경향에서 벗어난 이효석의 후기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