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본, 국문본, 한문 현토(懸吐)본.
2012년에 한문 현토 필사본인 경북대본, 2018년에 국문 필사본인 전남대본(옛 이종철본)이 학계에 보고되면서 총 10종의 이본이 알려져 있다.
1913년에 신구서림에서 24회 장회체(章回體)의 국문 활자본이 간행되었다는 기록, 1915년에 박문서관에서 「동선화(洞仙花)」라는 제명의 국문 활자본이 간행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모두 실물을 확인할 수 없다.
국문 활자본을 현대어로 바꾸어 놓은 서문당본을 통해 국문본의 내용을 살필 수 있으나, 저본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서문당본은 한문본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개작본이다. 이에 따라 시대 배경을 송나라에서 당나라로 바꾸고, 주인공의 성명도 ‘서문 적’이 아닌 ‘서 문적’으로 하는 등 많은 개작을 하고 있다.
송나라 정강(靖康) 중에 서문적(西門勣)이라는 사람이 만세산 아래에 살았는데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일찍이 유씨와 혼인하였다. 마음이 호탕하여 가업에는 뜻이 없었는데, 하루는 동지인 최심과 장만부를 설득하여 천하 유람길에 오른다. 세 사람은 양주를 유람하고, 기생 설영(雪英)을 만나 인연을 맺고 다시 서주로 향한다.
서문적은 서주에서 또 경경(瓊瓊)이라는 기생과 인연을 맺고는 최심과 장만부의 귀가 재촉을 뿌리친 채 항주로 향한다. 이곳에서 기생 동선(洞仙)과 깊은 인연을 맺고 동선의 재촉에 의하여 뒷기약을 단단히 한 다음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때 여진족의 침입을 받아 변경이 함락되니, 서문적은 가족을 데리고 동명으로 피난한다. 마침 항주 선무사가 사람을 구하니 동선이 남자 옷을 입고 나아가 서문적을 추천한다.
한편 선무사는 서문적을 등용하여 휘하에 두었는데, 부장 안기(安琦)라는 자가 동선을 흠모하여 서문적을 무고하니 서문적은 연경의 옥에 갇히게 된다. 괴로워하던 서문적의 늙은 어머니가 죽으니, 유씨가 동선에게 편지하여 집으로 오게 해서 두 사람은 함께 장례를 치른다. 안기의 협박을 근근이 벗어난 동선은 유씨와 같이 서문적이 갇혀 있는 연경으로 향한다.
동선과 유씨는 천신만고 끝에 서문적을 구출해 낸다. 서문적은 몸을 회복한 뒤 걸인들을 모아 부중(府中)으로 침입하여 무기와 옷감을 탈취하고, 호복(胡服)을 지어 입은 다음 군사처럼 꾸며 동선 일행을 데리고 무사히 항주까지 오게 된다. 동선은 유씨와 의논하여 가산을 정리한 다음, 같이 온 사람들에게 재물을 나누어 주고 세 사람은 도죽산이라는 섬으로 들어가 속세를 잊고 살다가 일생을 마친다.
이 작품은 기생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지만, 부실(副室)인 기생과 본부인 사이를 원만하게 구성하였으며, 특히 기생의 희생 정신을 강하게 표현해 놓았다. 전반부에서는 기녀와의 애정담을 엮어서 애정 소설로 볼 수도 있다. 한편, 후반부는 우리나라 가정 소설들이 처첩 간의 갈등 구조로 되어 있는 데 비해 이와 대립되는 새로운 유형의 가정 소설로 볼 수 있다.
후반부에서 기녀는 본부인을 도와 남편을 구출하고 가정을 다시 일으킨다. 특히 본부인이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하였던 남편의 기생 첩에게 편지하여 같이 만나 협조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본부인과 기생을 이처럼 열부로 나타낸 것은 남성의 이상을 표현한 소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동선기」는 연구사에서 애정 소설, 염정 소설, 도교적 적강 소설, 가정 소설, 이상 소설, 전기소설(傳奇小說), 재자가인(才子佳人) 소설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되어 왔다. 장르적 성격과 관련하여 전기소설의 관점이 학계 다수의 시각었으나 중편 재자가인 소설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장르적 성격이 제대로 해명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그 근거는 세 가지이다. 첫째, 15,000여 자에 달하는 중편 분량이 전기소설보다 중편 재자가인 소설에 가깝다. 둘째, 전기소설에서는 남자 주인공 한사람의 목소리가 압도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있는 욕망의 주체로 나타나며, 여타의 인물들도 나름의 목소리를 갖고 있다. 셋째, 전기소설과는 구별되는 통속적인 성격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여전히 전기소설의 전통을 계승한 17세기 애정 전기소설의 계열로 보는 시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