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서울대학교 출판부에서 간행되었다. 2001년에 '한우근전집 8'로 재간행되었다.
이 책은 동학농민군 봉기의 원인을 19세기의 사회적 배경, 특히 삼정의 문란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1894년의 동학농민 봉기는 일반적으로 반봉건·반침략의 농민운동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그것이 봉기하게 된 원인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미진한 상태이다. 조선왕조가 안고 있던 사회적 모순과 이와 관련된 여러 원인을 19세기 말의 정치적·사회적 상황과 이에 관련된 동학농민군의 폐정개혁 요구조항을 통해 밝혀보려고 시도하였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첫째 동학란이 일어나게 된 사회적 배경과 둘째 동학란이 일어나게 된 원인에 대한 분석이다. 먼저 사회적 배경으로는 19세기 이후의 세도정치와 대원군 집권시기에 있어서 정권 기반의 취약성을 살펴보고, 문호개방 이후 일본세력의 침투를 다루고 있다.
매관매직, 탐관오리의 횡행을 초래한 관료 기강의 문란, 그리고 봉건적 신분체제의 파탄은 잔반계층·서얼·상민·공사노비 등 사회불만계층을 형성하여 이들이 동학농민군 세력에 결집되는 원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정치 기강의 문란과 사회적 불안은 민중의 동요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화적의 횡행과 민란의 재연으로 나타났는데, 삼남 일대에서 가장 심했음을 지적하고 나아가 동학농민군의 봉기에 연결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동학란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삼정의 문란과 관련시켜 검토하고 있다. 먼저 삼정의 문란과 동락농민군의 폐정개혁 요구조항과의 관련을 검토해 민란의 원인을 삼정의 문란에 있었다고 보았다. 동학농민군의 요구를 전정(전결·전세), 군정(양역), 환곡·고리대와 관련된 요구조항으로 나누어 분석·검토하였다.
이는 동학농민군의 생활과 직결된 경제젹 요구를 살펴본 것이다. 이 중 전정(전결·전세)과 관련해서는 토호·양반들의 권세를 배경삼은 전결의 탐학, 백지징세는 거의 전국적인 통폐로 고종조 이전부터 내려왔다는 것, 순조조에는 흔히 암행어사에 의해서 전라도의 진전징세의 폐가 특히 심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균전관(均田官)의 백지징세에 의한 부정·협잡은 정부도 인정한 것으로서 특히 동학농민군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음을 밝혔다. 임진란 이후의 관방전의 절수는 대원군 집정기와 문호개방 이후를 거치면서 더욱 확대되었다고 한다.
특히 관방전은 면세지이기 때문에 국가 재정상으로나 농민생활 상으로 폐해만 가중시키고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군정과 관련된 요구조항으로서는 군포 징수가 균역법 실시 이후 오히려 폐단이 더욱 심해져 농민들의 부담은 커졌다고 지적하였다.
끝으로 환곡과 관련된 문제로는 환곡의 고리대화로 삼정의 문란 중 폐해가 가장 컸다고 하였다. 동학농민군 봉기의 원인을 이 책에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규명해야 한다고 하였다. 첫째 전통사회의 모순, 둘째 문호개방 후 외세의 침투가 가져온 모순이다.
이때까지 동학농민군의 봉기 원인으로서 주로 문호개방 이후의 모순에만 천착하여 설명되어온 것을, 이 책에서는 조선 후기의 사회적·경제적 모순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함으로써 이 분야의 연구에 크나큰 보탬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