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민중들의 입을 통해 전해 오던 속언·고어들 가운데 경세에 도움이 될 만한 21편의 이야기를 세련된 문장으로 엮어 놓은 이야기 모음이다. 이광정의 문집인 『눌은집(訥隱集)』 권21에 실려 있다. 작품의 저작연도는 정확하지 않으나 저자의 60세 이후의 만년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21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갖고 있는 작품들은 당시에 가난하게 살아가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해학과 기지로 꿋꿋이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을 그린 「해장(蟹醬)」·「노파지오락(老婆之五樂)」·「호예(虎睨)」 등의 이야기이다.
특히 「노파지오락」은 『망양록』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그 내용은 옛날 한 관리가 고을을 행차할 때 조그마한 움막에서 곱추병을 앓고 있는 노파를 만난다. 관리가 “이런 곳에 살면서 인생의 즐거움이 있겠는가?” 하고 질문하자, 노파는 “사람이 어떻게 살든지 그 나름의 낙이 없겠습니까?” 하고 대답한다.
그 즐거움이란 여자로 태어나 미천한 신분으로 살면서 일하고 병들고 배고프고 춥게 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여자이기에 군역을 면제받고, 미천하기에 마음이 편하고, 일하기에 하늘의 재앙이 없으며, 병들어 있기에 세금 독촉과 관리의 횡포가 없으며, 춥고 배고픈 날을 견디면 좋은 날이 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천근(賤近)」·「유재(遺材)」·「망사(網士)」·「도학선생(道學先生)」 등은 모두 당시 과거제도의 모순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인재등용의 난맥상을 풍자한 작품들이다. 이렇게 사회문제를 풍자 수법으로 다룬 작품 외에도 건전한 인격형성에 보탬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우화적 수법으로 표현한 것들도 있다. 지나친 욕심·오만·허명을 경계할 것과 보은, 참된 우도(友道)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 주고 있는 작품들도 있다.
『망양록』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적확한 필치로서 독자에게 유려한 느낌이 들게 한다. 이는 『사기(史記)』와 『장자(莊子)』의 영향인 듯싶다. 『망양록』은 조선조 한문소설사, 특히 야담계 한문소설사의 발전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