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4월 『문학(文學)』 3호에 발표되었고, 이듬해 시문학사(詩文學社)에서 간행된 『영랑시집』에 재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12행시로, 4행시를 즐겨 쓰던 저자로서는 새로운 변형이라 할 수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의 ‘기다림’과 모란이 떨어져버린 뒤의 ‘절망감’이라는 이중적 갈등을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다.
시인은 기다림이 무산되어버리는 순간 다가오는 절망감을 ‘설움’의 감정 속에 농축시키고 있는데, 마지막 행에서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리겠다는 화자의 의지는 절망을 절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이 시는 ‘찬란함’과 ‘슬픔’을 결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색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에서의 ‘모란’은 단지 객관적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마음과 합일되어 있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모란의 빛깔이나 향기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면서도 모란을 독자의 마음에 효과적으로 살아 있게 만든다.
모란이 직유나 은유의 도움 없이 모란에 대한 ‘기다림’을 절실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모란과 화자가 혼연일체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에서 모란의 모습이나 향기, 그리고 뚝뚝 떨어지는 정서적 무게는 물론 화창한 봄의 찬란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란에 무르녹아 있는 설움과 기다림의 정서를 감지할 때, 이 시가 ‘봄’과 ‘모란’을 노래한 절창(絶唱)의 작품임을 인식하게 된다. 주체와 대상을 구별하지 않는 서정시의 원리를 극대화시킨 작품으로 널리 애송되고 있는 대표적인 시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