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194면. 1976년 근역서재(槿域書齋)에서 간행하였다. 박인환의 20주기를 맞이하여 그의 아들 세형(世馨)이 묶어낸 이 시집에는 시인 생존시의 첫 시집인 『박인환선시집(朴寅煥選詩集)』(1955)에 수록된 시 56편 중 54편과 유작 등 미수록 시 7편 등 모두 61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집 표제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목마와 숙녀」를 취하였다.
시집 구성은 지은이 사진, 약력, 목차, 본시, 후기의 순서로 짜여져 있다. 그 내용은 다시 네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목마와 숙녀’ 장에 「최후의 회화(會話)」 등 26편, ‘아메리카 시초(詩抄)’에 「태평양에서」 등 12편, ‘영원한 서장’에 「어린 딸에게」 등 12편, 그리고 ‘사랑의 Parabola’ 장에 「세월이 가면」 등 11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무 잡음도 없이 도망하는/도시의 그림자/무수한 인상과/전환하는 연대(年代)의 그늘에서/아, 영원히 홀러가는 것/신문지의 경사(傾斜)에 얽혀진/그러한 불안한 격투”(최후의 회화에서)라는 한 시에서 보듯이, 도시문명과 그 그늘에 대한 감각적 인상을 비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는 자신이 “나는 십여 년 동안 시를 써왔다. 이 세대는 세계사가 그러한 것과 같이 기묘한 불안정한 연대였다.”(박인환선시집 후기)라고 술회한 것처럼 해방공간으로부터 한국전쟁 및 전후의 혼돈시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의 시는 좌절과 허무의 시대를 살아가는 도시 청년의 비극적 현실 인식 및 모더니즘풍의 감각과 시어로서 형상화된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박인환의 도시와 문명에 대한 모더니즘적인 추구는 시대상황적인 회의와 절망으로 밝은 면보다는 우울과 감상 등 어두운 면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청록파 등 전원적인 서정이 주조를 이루던 1950년대에 도시적 서정을 탐구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