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32면. 1956년 청우출판사(靑羽出版社)에서 출판하였다. 속표지 다음에 ‘이 시집(詩集)을 어머님의 영전(靈前)에……’ 라는 헌사, 석인상(石人像) 사진, 작품 목록이 있고 그 뒤에 27편의 시와 후기로 되어 있다.
「아침」·「과실 B」·「밀실」 등에서 작자는 사물은 하나의 주형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 주형은 어둠 속에 갇혀 있다가 어느 아침 신의 음성인 빛의 부름에 의해 불리어져 꽃으로, 돌로, 제비로, 강물로 이름을 가지고 아름다운 광채를 발하며 비로소 존재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 역시 하나의 씨알을 가지고 태어나며 식물들처럼 인간 내부의 꽃씨들의 잠자던 향일성은 빛의 부름에 의해 여기 저기서 마구 눈을 떠서 그 약속된 주형을 완성시킨다.
여기서 향일성은 주형의 완성을 위한 무한한 인내와 구도적 자세를 의미한다. 「학(鶴)」에서 ‘몸은 강(江)가의 갈풀같이 말리면서 살찜을 저미어도 견디는 마음이 있어 항시 머리 위엔 붉은 상채기 꽃피는 관(冠)을 쓰고’ 있는 학은 어둠 속에 묻혀 이름을 갖기까지 씨앗들의 고행과 비유된다.
작자는 이 시집 후기에서 현실 세계의 불안이나 오류가 외관의 대결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심부에 과감히 잠입하여 우리 몸짓 하나 하나에 흐르고 있는 향일성을 자각하고 방향을 찾아 승화시키는 데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목석의 노래』는 이런 입장에서 사회적 관심보다는 영원과 인간 존재의 내면세계에 숨겨져 있는 향일성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룬다. ‘목석의 노래’라는 제목은 나무나 돌처럼 생명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 속에 면면히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씨앗이 있어 그 생명의 꽃을 피우듯이 외래 문화의 홍수 속에 묻혀 죽은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문화와 우리 내면 속에도 잠자고 있는 향일성이 있고 그것을 발견하여 승화시키는 것이 문화·정치·사회의 혼란을 극복하는 길이라는 의도에서 붙여진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