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죽화책 ()

회화
작품
조선 초기의 화가로 추정되는 이수문(李秀文)이 그린 화첩.
정의
조선 초기의 화가로 추정되는 이수문(李秀文)이 그린 화첩.
개설

총 10장으로 이루어진 『묵죽화책(墨竹畵冊)』으로 1424년(세종 6)에 이수문이 그렸다. 종이 바탕에 수묵으로 그렸고, 각 장의 크기는 세로 30.4㎝, 가로 44.5㎝이다.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현재 마쓰다이라 고토(松平康東)가 소장하고 있다. 화면에 균열된 잔금이 많이 보이나 보존 상태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맨 마지막장 그림의 왼편 상단에 “1424년 일본국에 내도하여 북양에서 그리다(永樂甲辰二十有二歲次於日本國來渡北陽寫).”라는 내용의 관기(款記)와 화가 수문의 서명이 있다. 이 관기의 해석은 ‘일본국에서 북양에 내도하여 그리다.’로 풀이하는 견해도 있다.

그 밑에 무전체(繆篆體 : 문체서(文體書)의 하나로 팔체(八體)의 모인(摹印)과 같이 인(印)의 크고 작음과 글자의 많고 적음을 맞추어 새기는 글자체)로 새겨진 ‘수문(秀文)’이라는 직사각형 주문인(朱文印)이 찍혀 있다.

수문이 일본에 와서 이 화책을 그린 1424년은 중국과 일본 간의 외교관계가 완전히 두절되고 왕래가 금지되었던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종래 명나라 사람으로 간주되어 오던 화가를 조선인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용

그림의 소재와 내용을 보면, 제1장은 위아래로 배치된 큰 바위 사이에 밀집하여 있는 대나무 밭, 제2장은 태호석(太湖石)을 배경으로 서 있는 풍죽(風竹), 제3장은 언덕 위의 대나무 밭, 제4장은 큰 바위와 언덕 아래의 대나무 숲, 제5장은 개(介)자형으로 늘어진 우타죽(雨打竹), 제6장은 비바람을 맞고 있는 풍우죽(風雨竹), 제7장은 벼랑 사이의 대나무 숲, 제8장은 거센 폭풍우를 맞고 있는 풍우죽, 제9장은 달밤의 대나무, 제10장은 태호석을 배경으로 서 있는 대나무와 죽순(竹筍)이다.

이 화책에 실린 대나무 그림들은 문인화가에 의해 그려진 묵죽의 간결하고 서예적인 구성과 달리 바위, 언덕, 비, 바람, 달 등을 배경으로 밀집된 죽림(竹林)의 모습으로 그려진 것이 특색이다. 대나무의 형태는 대부분 댓잎과 줄기가 매우 가느다란 세장형(細長形)으로 표현되어 있는 등 조선 초기 묵죽화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3·4·7장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밀집된 잎들이 서로 병행하여 있거나 서로 겹쳐져 정(井)자를 이루고 있는 규칙적이고 평면적인 죽엽의 배치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특이한 기법이어서 주목된다. 이 밖에 언덕의 표면에 변형된 세필(細筆)의 피마준법(披麻皴法)이 구사되어 있어서 조선 초기 남종화법(南宗畵法)의 수용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서도 중요시된다.

의의와 평가

이 화책은 조선 초기 한․일간 회화교섭의 쟁점 중 하나인 수문의 국적 문제를 규명해 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단서이다. 뿐만 아니라 1424년이라는 제작연대가 밝혀져 있어서 당시의 화풍을 파악할 수 있는 기준작으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참고문헌

『조선의 묵죽』(백인산, 대원사, 2007)
「조선시대의 묵죽화」(이성미, 『간송문화』34, 1988)
「조선왕조초기의 회화와 일본실정시대의 수묵화」(안휘준, 『한국학보』3, 1976)
「李秀文の藝術と李朝繪畵」(Elizabeth Lillehoji, 『越前朝信の繪師たちと李朝繪畵展』, 福井縣立美術館, 1990)
「秀文筆 墨竹畵冊」(熊谷宣夫, 『國華』910, 國華社, 1981)
「조선왕조초기의 회화와 일본실정시대의 수묵화」(안휘준, 『한국학보』 3, 1976)
「조선시대의 묵죽화」(이성미, 『간송문화』 34, 1988)
「秀文筆 墨竹畵冊」(熊谷宣夫, 『國華』 910, 1981)
「李秀文の藝術と李朝繪畵」(Lillehoji,Elizabeth, 『越前朝信の繪師たちと李朝繪畵展』, 福井縣立美術館,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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