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58면. 작자의 제3시집으로, 1938년에 미모사서점에서 출간되었다. 자서나 발문은 없고, 「여름밤」·「할미꽃」·「진달래」·「갈매기」·「설야(雪夜)」·「봄밤」·「설봉산계곡(雪峰山溪谷)」·「코쓰모쓰」·「조선의 노래」·「안압지」·「인생」 등 총 3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의 시편들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작품경향이 보이고 있다. 하나는 「여름밤」·「할미꽃」·「진달래」 등 시집의 전반부에 실린 일련의 시편들에서 나타나는 향토적 서정의 세계이다. 초기의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속성과는 달리 한정(閑靜)한 전원풍경을 소재로 하여 촌민들의 소박한 심성과 따스한 인정을 노래하고 있다.
또 다른 작품경향은 「설봉산계곡」·「코쓰모쓰」·「안압지」·「봄밤」 등 후반부에 실린 일련의 시조 형식의 시편들에서 나타난다. 특히, 「안압지」에서와 같이 회고의 정을 노래하고 있는가 하면, 「인생」에서와 같이 삶에 대한 회의와 감상성이 드러난 것들도 있다.
한마디로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은 대체로 애상이나 직정성(直情性)을 기조로 한 『백조(白潮)』 시절의 초기 시편들에 비해서 차분하고 관조적인 면이 엿보인다.
그러나 한숨이나 눈물과 같은 애상적 태도가 여전히 일관되고 있음을 볼 때, 시상의 심화에 있어서나 관념의 형상화에 있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