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7월 『여명(黎明)』에 발표되었다. 나도향의 후기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청엽정(靑葉町)을 연화봉(蓮花峰)이라고 부를 무렵, 그 동네에는 인심이 후하고 존경받으며 세력 있는 오생원(吳生員)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오생원의 집에는 삼룡이라는 벙어리 하인이 있었다.
볼품 없는 외모에 흉한 걸음의 삼룡이는 마음이 진실하고 충성스러우며 부지런해서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버릇없고 성격이 고약한 주인 아들은 삼룡을 맡아 놓고 골탕 먹이고 괴롭히나 삼룡은 언제나 참는다. 주인 아들은 현숙한 처녀에게 장가를 들었고, 매사에 훌륭한 신부와 비교되자 열등감에 사로잡힌 그는 자기 아내를 미워한다. 삼룡은 그것을 안타까워 한다.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삼룡에게 새아씨는 부시 쌈지를 하나 만들어 주었는데, 그것이 말썽이 되어 삼룡은 주인 아들에게 죽도록 맞은 뒤 내쫓긴다. 그날 밤 그 집에 불이 나고 불길 속으로 뛰어 든 삼룡은 주인을 구출해 낸 다음 타죽으려고 불 속에 누워 있는 새아씨를 찾아 안고 지붕으로 올라간다. 새아씨를 가슴에 안은 삼룡은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 작품은 초기의 낭만적 감상주의를 극복하여 인간의 진실한 애정과 그것이 주는 인간 구원의 의미를 보여준다. 돈과 신분 위주의 세계에서 결정적인 약점을 지닌 벙어리 삼룡이라는 인물이 상전의 아씨에게 품은 연모의 정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반항으로 전환되는 갈등을 겪으면서 이 작품은 파국을 맞는다. 바보스러운 외면 속에 숨겨진 인간다움의 진실성과 순박성이 추구되는 일련의 바보문학의 계열에 속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바보스러움은 어두운 시대적 상황을 정면 대결할 수 없을 때 취해지는 이면적 공략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초기 감상주의를 극복한 객관적 사실주의 작품에 속한다. 1929년과 1964년에는 각각 나운규, 신상옥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