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개벽(開闢)』 6월호에 발표되었다. 작자의 뜨거운 열정과 날카로운 현실감각이 빚어낸 자유시로서, 식민지치하에서 산출된 대표적인 저항시이다.
국토를 빼앗긴 식민지하의 민족현실을 ‘빼앗긴 들’로 비유하여 직정적(直情的)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인이 던지고 있는 질문의 핵심은 들을 빼앗긴 지금 봄이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과연 우리가 참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작자는 한 행으로 이루어진 제1연에서 이 물음을 던지고, 마지막 11연에서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라고 대답한다. 제1연과 11연 사이에 있는 아홉 연은 편의상 ① 제2∼3연, ② 제4∼6연, ③ 제7∼8연, ④ 제9∼10연의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와 같은 단락은 몽상적 상태에서 싱싱하고 풍요한 대지를 발견하여, 그 대지의 품안에서 땀흘리며 일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그러나 반성과 자각에 의해 이러한 환상이 깨지면서, 마지막 11연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와 같은 인식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가르마 같은 논길”, “삼단 같은 머리털”,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 그리고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 등의 구절들은 깊은 애정이 서린 표현들로서 풍요롭기 때문에 더욱 빼앗길 수 없는 민족의 삶과 조국의 땅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