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놀이」는 무당이 배역을 맡아 사냥감을 잡는 과정을 재담(才談)으로 보여주는 굿 놀이이다. 황해도 굿과 서울 굿에 전승되고 있다. 2010년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 제44호로 지정된 삼각산 우이동 도당제 「군웅거리」를 통해 「사냥놀이」가 전승되고 있다.
황해도 굿에서는 「타살군웅거리」 앞부분에 연행된다. 무당 2인이 각각 사냥꾼과 상산 막둥이 배역을 맡고, 장구재비와 함께 재담으로 굿을 진행한다. 사냥꾼이 장구재비와 함께 상산 막둥이를 찾는데, 한쪽 옆에 있던 상산 막둥이가 가운데로 등장하여 만나서 서로를 확인한다. 상산 막둥이는 삼정 불알을 가진 병신인데, 과거에 돌팔이 의원이 상산 막둥이의 병을 고친다고 피마자 침통을 들이대는 바람에 상산 막둥이가 놀라서 도망간 뒤 헤어졌다가 이제 다시 만난 것이다. 사냥꾼은 매우 반가워한다. “내가 너 어릴 때 하도 귀여워서, 여름에는 누비 솜바지를 한 번도 안 벗기고 동지섣달에는 삼베 바지는 한 번이나 벗겨 봤냐.” 무녀는 허기가 진 아들에게 음식을 먹인 다음 사냥을 간다. 둘이서 터를 돌아보지만 사냥감을 못 만나서 정성을 들인다. 그래도 찾지를 못하자 목욕 재계하고 제물을 차린 뒤 다시 정성을 들인다. 정성을 잘 들이면 막둥이 병도 고칠 수 있다면서 구경꾼 중 마누라 감을 골라 함께 절을 시킨다. 상산 막둥이는 병이 낫는다. 장단에 맞춰 둘은 다시 사냥을 하러 간다. 굿판 가운데 엎드려서 사냥감을 찾아 매복했다가 여기저기 활을 쏘아 산돼지를 잡아들고 기뻐하며 춤추는 것으로 끝난다.
서울의 북부 지역인 북한산 자락과 경기도 고양 등지의 마을굿에서 「사냥놀이」를 연행한다. 샌님과 막둥이 역을 무당 둘이 맡는다. 샌님이 막둥이에게 사냥을 가자고 하여 두 사람은 산으로 가서 활을 쏜다. 몇 차례 실수를 하다가 마침내 준비한 닭에 화살을 꽂아 꿩을 잡았다고 한다. 잡은 꿩을 조리한다면서 냄비에 넣어 끓이는 시늉을 한다. 중간에 여러 차례 간을 보다가 덜 익었다면서 마을 주민에게 연료비, 조리비 등으로 돈을 뜯어낸다. 닭이 다 익어 샌님에게 바치려는 순간 마을 주민이 달려들어 닭을 훔쳐 달아난다.
「사냥놀이」는 일종의 모의 주술을 바탕으로 한다. 사냥을 나가 산돼지나 꿩을 잡는다는 것은 수확이 있다는 의미로 마을 주민들의 소망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서울의 우이동 도당굿에서는 마을 주민 다수가 몰이꾼으로 참여하여 사냥감을 쫓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잡은 사냥감을 가운데 두고 사냥꾼으로 꾸민 무당이 마을 주민에게 흥정을 하여 돈을 받아내기도 한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사냥놀이」는 서울 이북의 마을굿에 주로 전승된 것으로 보인다. 황해도 굿은 굿을 맡은 무당들이 대거 월남하면서 전승이 미약해졌고, 서울 굿에서는 마을의 재개발로 마을굿이 사라지면서 전승이 단절되었다. 황해도 굿과 서울 굿은 전승 주체나 전승 지역이 다르지만 두 사람이 배역을 나누어 사냥을 나가는 공통점을 보여주므로 이를 통해 두 지역 굿의 유사성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