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1973년 9월호에 게재되었다가, 1974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낸 소설집 『객지(客地)』에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두 부랑 노무자의 귀향길을 작품화한 것으로, 눈이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귀향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도중에서 창녀를 만나 떠돌이로 살아가는 처지를 밝히며 삶의 밑바닥에 깔린 슬픔의 근원을 확인하게 되고, 세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세 인물의 만남을 통해 전개된다. 부랑 노무자로 일을 찾아 돌아다니는 영달, 옥살이를 하면서 목공·용접·구두수선 등 여러 기술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던 정씨, 그리고 술집에서 도망쳐 나온 창녀 백화가 고향으로 가는 여정에 서로 만나게 된다.
귀향의 과정에 도망친 백화를 찾기 위해 달려 온 술집(음식점) 주인이 만원이라는 돈을 주겠다고 영달과 정씨를 꼬드겼지만, 그들은 오히려 백화를 도와 차표와 빵을 사주고 떠나 보낸다.
백화는 영달의 마음씨에 감동하여 그녀의 본명을 알려주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이후 영달과 정씨는 그 다음 차로 눈 오는 밤의 들길을 달려 이제는 사라진 고향을 찾아간다는 결말로 되어 있다.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 정씨의 그리던 고향이 개발사업으로 인하여 송두리째 없어진 사실을 통해 부랑 노무자의 정착지가 없어지는 현상을 적절히 암시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주제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걸친 경제개발사업과 함께 야기된 실향민의 고통을 묘사한 예가 된다. 객관적 시점의 일치와 암시성이 짙은 절제된 묘사와 인물에 부합되는 말씨, 눈 오는 겨울에 차차 어두워져 가는 배경이 모두 융합되어 단편소설의 시적 경지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