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64면. 작자의 첫 시집으로, 1947년 상호출판사(相互出版社)에서 간행하였다. 모두 27편의 시와 16수의 시조를 전 4부로 구성하여 수록하고 있다.
제1부에는 「꿈」·「기다림」·「편지」 등 13편의 시, 제2부에는 「아가의 슬픔」·「아가의 기쁨」 등 아가연작시 9편, 제3부에는 「상해풍경(上海風景)」·「팔월 십오일」 등 5편의 시, 그리고 제4부에는 「사랑」을 소제목으로 한 16수의 시조가 실려 있다.
제1부에 수록된 시들은 대체로 각박하고 복잡한 세속사를 벗어나서 자연 속에 동화되고 싶다는 심정을 노래하였다. “시름이 구름같이//피어날 때면//높은 하늘 파란 빛//치다봅니다.” 「무제」의 한 구절에서처럼 자연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착색되어 있는 것이다.
제2부에 실린 시편들에는 아이 또는 어린 시절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눈나리는 싸리가지에 밤새워 노래부르던 시절/안타까운 어린 시절은 아모와도 박구지 아니하리.”와 같이 동심의 세계에 대한 예찬과 지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제3부에서는 현실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팔월 십오일」·「국민학교 문앞을 지날 때면」 등의 시편들은 광복을 맞이하여 느낀 감격과 환희를 격정적으로 노래하였다.
한편, 제4부에 수록된 시조에서는 전통적인 한국적 삶으로부터 우러나온 고전적 서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은 소박한 서정적 세계를 그린 것으로 평가되며, 자연과 '아가'의 시선으로 포착되는 동심의 세계는 이후 그의 시세계에서 생명의 추구라는 일관된 주제의식으로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