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A5판. 112면. 작자의 제4시집으로, 1969년 범우사(汎友社)에서 발행되었다. 이 시집으로 1970년도 문화공보부예술상을 수상하였다.
고혈압으로 졸도한 이후 병석에서 쓴 시들을 묶은 것으로 만년의 원숙경을 보여준 대표적 시집이다.
자서(自序)에 이어 「봄」·「꽃 단상(斷想)」·「황혼이 울고 있다」·「생의 감각(感覺)」·「고향」·「심부름 가는」·「성북동 비둘기」·「가을」·「각운(脚韻)여·야」·「서울 크리스마스」·「겨울날」·「할아버지」·「신년 1968년」·「산」·「무제(無題)」 등 35편이 수록되었다.
지성과 감성을 융합하여 그 속에 흐르는 서정적 논리를 심화된 형상으로 응결시킨 작품집이다. 초기의 관념적이고 사변적인 서정감각에서 탈피하여 따듯한 인간애와 조국애가 자연스럽게 표출되어 있다. 여기서는 인생과 자연과 문명 등의 근원적 문제들이 문명비평적 차원에서 형상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대표작 「성북동 비둘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채석장의 비둘기로 상징된 현대인이 기계문명에 의하여 점점 살벌해지고 속화해가는 현실에서 순수한 자연과 평화가 발붙일 곳 없음을 개탄함으로써 평화로운 세계를 갈구하는 상념이 전편에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