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강희제(康熙제)의 명에 따라 천문학, 수학, 음악 등 여러 분야를 100권으로 집대성한 『율력연원(律曆淵源)』에 『수리정온(數理精薀)』이 한 부문으로 속해 있다. 이 책은 중국 뿐만 아니라 조선의 천문학, 수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중국은 마테오 리치〔利瑪竇, 1552∼1610〕를 시작으로 서양 천문학·수학이 1582년부터 유통되었다. 이들을 기초로 하여 서광계(徐光啓, 1562∼1633)가 편집한 『숭정역서(崇禎曆書)』(1631∼1632)가 출판되어 시헌력이 시행되었으며 조선도 이를 사용하게 되었다.
일찍부터 강희제는 천문학, 수학을 신부들과 함께 연구하고 1712∼1713년까지 『율력연원』을 편찬할 것을 명하였다. 여러 학자들의 도움으로 1722년 상편 5권, 하편 40권, 표 8권 등으로 이루어진 『수리정온』을 완성하여 1723년에 출판하였다.
상편은 5권으로 고대 중국부터 시작된 역사를 간단히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하원본과 산법원본으로 평면, 입체기하와 수론을 포함하고 있다. 이 부분은 전통 수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하편은 5부, 40권으로 나누어, 「수부」는 도량형과 필산법을 사용하는 사칙연산을 도입한다. 다음 3부는 「선부」, 「면부」, 「체부」인데 차례로 1차식, 2차식, 3차식으로 다루는 것으로 나누었다. 전통적인 수학이 이 부분에 들어 있는데, 차원에 따라 나누어 취급한다. 전통 수학과 다른 점은 모든 경우에 필요한 그림을 첨가하여 이해를 돕게 한 것이다.
「선부」는 이중가정법인 영육법을 비례로 해결하는 첩차호징(叠借互徵)을 따로 넣고 연립1차방정식은 행렬을 사용하지 않고 소거법으로 해를 구하였다. 「면부」는 길이와 각을 동시에 사용하여, 일반 다각형과 원의 기하를 증명을 포함하여 다루고, 삼각법을 도입하고 측량법을 강조한다. 「체부」는 6면체의 제한에서 벗어나 일반 다면체와 구를 포함하는 곡면체와 퇴타를 취급한다.
「면부」와 「체부」에서 일반 2차, 3차 방정식과 구고술의 문제는 방정식을 구성하지 않고 해만 구하여 번거로운데, 이를 「말부」에서 차근방비례라는 다항식의 표현 방법과 연산을 도입하여 정리하였다. 차근방에서 덧셈 기호는 十자와 구별이 되지 않아 ∸로 대치하고 등호(1128564001)를 사용하여 고차방정식을 제대로 구성하였다. 예를 들면 방정식 1128564002을 4입방(立方)11285640033평방(平方)∸2근(根)112856400410과 같이 나타내었다.
마지막으로 대수(對數)를 도입하였다. 삼각법과 대수의 수표를 8권으로 첨가하였지만, 방대한 양 때문에 일반 수학자들이 접근할 수 없어서 크게 응용되지 못하였다.
『수리정온』은 동양 수학사에서 가장 방대한 수학서로서 증명을 포함하는 평면, 입체기하, 삼각법, 대수 등을 도입하였으며 차원에 따라 이론을 정리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미 정리된 해석기하학과 미적분학을 들여오지 못하여 동서양의 수학이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수리정온』의 저자들은 송·원대의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방정식의 구성, 해법 등은 오히려 퇴보하였다. 그러나 조선은 송·원대의 수학을 계속 사용하여 이 단점을 인지하면서 방대한 자료를 활용하였다. 『수리정온』과 관계되는 의미 있는 업적을 얻어낸 산학자는 홍대용(洪大容), 이상혁(李尙爀), 남병길(南秉吉), 조희순(趙羲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