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는 형 정암(廷馣)과 함께 임진왜란 때 선조를 호종(扈從), 개성에 이르러 형제가 함께 남아서 수비하다가 개성이 함락되자, 황해도지방으로 가서 의병을 일으켜 여러 번 적을 격파하는 등의 공을 세운 인물이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은 임진왜란을 전후(중종∼선조)하여 저자가 견문하였던 기록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수춘잡기』(陶南本)는 『패림(稗林)』(탐구당 간행, 제6집) 및 『한고관외사(寒皐觀外史)』(권 68)·『광사(廣史)』(제8집) 같은 총서들에 수록되어 있다. 이 중 『광사』본은 일본 동경대지진 때 소실되었는데, 여기에는 김려(金鑢)가 쓴 정사발(淨寫跋)이 수록되어 있다.
그 발문에 의하면, 김려가 일찍이 을사사화(1545)에 관한 기록으로 접했던 『을사록』이라는 책은 그 내용이 너무 비속하여 거론할 바가 못되며, 또 안홍(安鴻)이 쓴 것이 있다 들었으나 세상에 전하지 않아 볼 수 없으므로, 『을사정란기(乙巳定難記)』는 이미 판(板)이 훼손되어 고구(攷究)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여겨 한스럽게 생각하던 중, 우연히 이정형의 후손가에서 이 책(수춘잡기)을 얻었다.
너무 간략한 험은 있으나 다른 기록에 비하여 가장 아결(雅潔)하여 선사(繕寫)하였다고 하고 있다. 김려가 말한 것처럼 『수춘잡기』의 전체분량은 36장밖에 되지 않아 그 수록내용도 54개 항목에 그치고 있으며, 각 항목의 제목은 따로 붙어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