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 2권. 목판본. 서문 등에서는 책명을 ‘심학’이라고도 일컫고 있다. 심성수양에 대한 관심에서 진덕수(眞德秀)의 『심경(心經)』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저술한 것으로 보인다. 1666년(현종 7) 홍치의 6대손 홍천윤(洪天潤)의 서문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해에 처음 간행된 것으로 보인다. 1988년 풍산홍씨 능주(綾州)문중에서 중간하였다.
책머리에 실린 「심학편제(心學篇題)」에서는 이 책의 큰 뜻이 ‘존심(存心)’에 있음을 지적하고, 이로써 ‘심학’이라 명명했음을 언급하였다. 여기에서 홍치의 심학 개념이 존심양성(存心養性)의 수양론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홍치가 육왕학(陸王學)으로서의 심학과 구별되는 성리학의 수양론적 심학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하편 각 8장의 구성 체제는 『주역』「계사전(繫辭傳)」의 상·하편을 본받았다. 경전 주석 형식에 따라 경문의 긴요한 구절은 사서오경과 송대 유학자들의 저술에서 골라서 수록하고, 장구를 나누어 편차를 구성하였다. 또한, 각 구절에는 송대 유학자들이나 스승 및 동학들의 견해를 주석으로 붙이고, ‘안설(按說)’이라 하여 자신의 견해를 덧붙이고 있다.
홍치는 정몽주(鄭夢周)·권우(權遇)·안지(安止)로 계승되는 학통을 이어 15세기 후반에 활동하던 도학자로서 당시의 유학자들과 폭넓게 교유하였다. 주석에서 스승 안지를 비롯하여 김종직(金宗直)의 문인들인 최보(崔溥)·이목(李穆)·권오복(權五福)·신영희(辛永僖)·허반(許磐) 등과 함께 임수겸(林守兼)·이계맹(李繼孟)·박은(朴誾) 등 여러 벗들의 견해를 주석으로 채택하였기에 당시 유학자들의 학문적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상편에서는 심(心)의 보편성, 방심(放心)의 피해와 구방심(求放心)의 공부, 양심(養心)의 절목과 진심(盡心)의 요령, 정심(正心)·부동심(不動心)·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의 일의 순서로 심화시켜가며 심학의 구성 체계를 제시하였다. 하편에서는 성품의 미발(未發)과 이발(已發), 입지(立志)·신사(愼思)·주경(主敬)·행서(行恕)의 실천 조목 등으로 수양과 학문의 요점을 전개하였다. 하편 끝에는 구방심에 대한 시(詩)와 「야기명(夜氣銘)」을 붙였다. 이러한 구성은 도(道)의 기본 요령으로서 체용을 이루는 경(敬)과 서(恕)를 존심에 근거시키며, 존심은 구방심에 근거한다고 한 스승 안지(安止)의 가르침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이 책에는 도상(圖像)이 두 점 수록되어 있다. 「심학차제도(心學次第圖)」는 원나라 정복심(程復心)의 「심학도」와 유사하고, 「심성정도(心性情圖)」는 이황(李滉)의 『성학십도』의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와 비슷한 점이 많다. 도설에서는 칠정(七情)의 발(發)을 기발이이승지(氣發而理乘之)라 정의하여 이황의 견해와 일치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