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나타난 장생물(長生物)의 숫자가 유동적이어서 그냥 장생도라고도 부른다. 또 대상 중 한 가지만을 강조하여 그리는 경우에는 군학십장생도(群鶴十長生圖) · 군록십장생도(群鹿十長生圖) 등의 명칭이 붙게 된다.
십장생으로는 보통 해 · 구름 · 산 · 물 · 바위 · 학 · 사슴 · 거북 · 소나무 · 불로초를 꼽지만 그림 속에는 대나무와 천도(天桃)가 많이 다루어져 열 가지가 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 장생물은 한국인의 토속 자연물 숭배 사상을 기반으로 중국의 신선사상(神仙思想)을 수용하여 이루어졌다. 즉, 천신(天神) · 일월신(日月神) · 산악신(山岳神) 등의 무속 신앙이 바탕이 되어 여기에 학 · 불로초 · 천도복숭아 · 대나무 등으로 대표되는 신선 사상이 결합되어 성립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림의 표현 대상은 학 · 사슴 등이 놀고 있는 선경(仙境)의 모습으로 환상적인 분위기 묘사에 중점을 둔다. 산 · 바위 · 소나무 · 구름 · 바다 등으로 주요 배경을 구성하고, 거기에 알맞게 학 · 사슴 · 거북 등을 배치한다. 천도복숭아 나무가 강조되기도 한다. 그리고 불로초는 버섯 모양으로 표현된다.
보통 오른편에서 그림이 시작되어 중심에 사슴이나 학들을 배치한다. 왼편에는 바다와 거북을 그린다. 색채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려 상상 속의 선계(仙界)를 형상화시켰다.
특히 산 · 바위의 묘사에 화원풍(畫員風)의 청록산수화법(靑綠山水畵法)이 즐겨 사용된다. 따라서 민화 중 특히 채색의 효과가 탁월한 작품들이 이 부류에 많다.
십장생도의 시원 양식(始源樣式)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고려 말 이색(李穡)의 글에 이 그림에 대하여 자세한 언급이 있다. 현존하는 것은 대개 조선 후기 이후에 그려진 것이다.
그중에 도식적인 묘사법과 채색을 한 작품이 이른 시기의 것으로 보여 구도나 채색이 뛰어나고 화원풍의 그림들이 많다. 대상의 표현이나 채색이 자유롭고 장식성이 강조된 작품들은 늦은 시기에 유행한다.
대부분 8∼10폭으로 연결된 병풍 그림이며, 간혹 두세 개의 장생물로 각 폭을 구성한 것도 남아 있다. 따로 서너 가지를 모아서 송학도(松鶴圖) · 해구도(海龜圖) · 송록도(松鹿圖) 등의 별개 그림이 제작되기도 한다.
정초에 왕이 중신들에게 장생도를 새해 선물로 내렸다 하는 기록에 의하여 십장생도는 주로 상류 계층의 세화(歲畫)와 축수용(祝壽用) 그림으로 사용되었다.
또 궁중연회도(宮中宴會圖)에 보이는 바와 같이 왕비 자리의 뒤편을 장식하고 있다. 이 밖에 회갑이나 은혼식 때 제작, 사용되었다.
십장생도는 회화뿐 아니라, 조선시대의 도자기 · 나전 공예품 · 목 공예품 · 자수품 · 벼루 및 건물 · 벽의 장식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예는 경복궁 아미산(娥嵋山)에 있는 굴뚝으로서, 부조(浮彫)된 장생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현존 작품들 가운데에는 상류 계층에서 사용되었던 화원풍의 작품들이 다수 남아 있으며, 순수 민화풍의 작품도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