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굿은 모름지기 독경자가 의관을 갖추어 입고, 몸짓, 고개짓 한 번 하지 않고 정숙하게 정성을 다하여 축원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선굿은 무당이 주로 선 자세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 신명을 돋구고 신(神)을 받아 공수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굿을 일컫는다. 곧 무당이 굿을 하는 자세에 따라서 앉은굿 또는 선굿이라고 명명(命名)된 것이다.
독경자를 무당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흔히 무당이라 하면 선굿을 전제로 한다. 앉은굿을 하는 독경자는 대체로 판수 또는 경사(經師)·경객(經客)·법사(法師) 등으로 불린다. 이들의 종교적 직능과 그 수행 방법은 거의 동일하나, 특히 소경으로서 점치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자를 판수라고 부른다.
앉은굿을 선굿과 비교하여 그 특성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도구와 의상에 있어서 앉은굿은 한결 간단한 장비만 필요로 한다. 곧, 북·꽹과리·산통(算筒)·신장대 정도가 필요하고, 평소의 한복 바지·저고리에 종이로 접은 고깔을 쓴다. 더욱 정성을 들인다면 갓을 쓰고 도포를 갖추어 입는다.
또한 일반 굿과 달리 제물이 훨씬 적고 경문(經文) 구송(口誦)외에는 가무(歌舞)가 거의 없다. 일반 굿에서는 어떤 재앙의 원인을 일으킨 신령을 위하여 풍성한 굿상을 차리고, 그 신령의 노여움을 풀고, 때로는 달래기도 하고, 협박도 하여서 단골의 문제를 풀려고 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여러 무구(巫具)와 무복(巫服)이 필요하다.
그러나 독경자들은 그들이 모시고 있는 신도신명(神都神明), 곧 옥황상제(玉皇上帝), 칠원성군(七元星君), 산령(山靈) 등에게 신장(神將)을 부려서 귀신을 물리쳐 달라는 축원을 하는 것이다.
경문(經文)의 내용은 신통(神統)의 나열(羅列), 신병(神兵)의 결진(結陣), 귀신의 착금(捉擒) 등이 주를 이룬다. 곧, 귀신을 협박하고 신병으로 귀신을 처치하여 멸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선굿에서 불려지는 무가(巫歌)는 덕담(德談), 찬가(讚歌), 신의 유래가 주된 내용을 이룬다.
그런데 경문에는 불경이나 도경(道經)에서 그대로 옮기거나, 그것을 모방하여 다소 변형시킨 것, 또는 불교와 도경이 혼효(混淆)되어 구성된 것 등이 있어서, 무경(巫經)의 형성이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습합(習合)과 착종(錯綜)이 심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선굿의 신격(神格)은 부정(不淨)·만명(萬明, 또는 말명)·영산(靈山)·상문(喪門)·호귀(胡鬼)·창부(倡夫)·가망·군웅(軍雄)·별성(別星)·제석(帝釋)·대감(大監)·성황(城隍)·광대(廣大)·산마누라·수비 등인데 비해, 앉은굿에 보이는 신격은 옥황(玉皇)·칠성(七星)·삼태성(三太星)·사자(使者)·신장(神將)·천존(天尊)·진군(眞君) 등이다. 선굿에서는 옥황·진군·천존·신장 등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선굿의 신인 말명·상문·영산 등은 앉은굿의 입장에서는 병마(病魔)의 원인이 되는 악귀(惡鬼)·사귀(邪鬼)로 취급된다. 곧 말명은 무당이 죽은 귀신이며, 상문은 초상에서 발동되는 귀신이며, 영산은 비명횡사한 귀신들인 것이다.
이와 같이 선굿에서 신으로 모시는 것을 앉은굿에서 잡귀로 인식하는 것은 신격상 큰 차이이며, 앉은굿과 선굿의 성격 구별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즈음의 굿은 대개 굿당에서 하나, 간혹 집에서 하는 집굿도 있다. 어디서 굿을 하든 우선 굿상에 제물을 진설하고, 십이신위(十二神位)와 십대왕(十大王), 그리고 등(燈)과 지화(紙花) 등으로 굿당을 장식한다.
굿상의 한가운데에는 신장대와 신칼·오방기를 두며, 그 양옆으로 칠성시루·성주시루·대감시루·조상시루 등을 두고, 그 아래에 여러 음식을 진설한다. 그리고 귀신은 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꽃을 많이 올리며, 혼백상에는 혼대 또는 넋대를 올린다. 혼대는 큰 그릇에 쌀을 담아 그 가운데에 한지로 만든 조상의 양위(兩位)를 모신 것을 말한다.
조상 양위 둘레에는 역시 한지로 만든 열두 사자를 빙 돌려 세워 놓고, 바로 옆에는 꽃대를 여러 개 둘러서 꽃아 놓는다. 또 여러 액(厄)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종합 부적도 굿상 오른쪽에 놓고, 혼백상 아래에는 옷감과 옷, 그리고 신발 등을 놓는데, 이를 혼신옷이라 한다.
안택굿을 크게 하거나, 미친 굿을 할 때에는 굿당에 설경을 설치한다. 설경은 귀신을 유인하거나 협박하고, 그 안에 가두기도 하는 장치이며, 또한 일종의 장엄구(莊嚴具)이기도 하다. 설경은 한지로 칼이나 가위를 사용하여 만드는데, 소설경과 대설경이 있다.
여기에는 여러 신장(神將)이나 명문(銘文) 등 귀신을 가두는 데 필요한 여러 장식이 마련된다. 설경에는 신장들이 동·서·남·북 사방과 28방에 진(陣)을 치고 있기 때문에, 귀신이 여기에 갇히면 꼼짝없이 오갈 데가 없게 된다. 이 외에도 팔띠와 용수망·사십팔장·수문장신·허새비 등이 동원되기도 한다.
굿을 하는 시간은 예전에는 해가 떨어진 이후부터 새벽닭이 울 때까지 하였다. 귀신은 음(陰)을 좋아하므로 밤 시간을 이용하였다. 근래는 당주나 법사나 모두 밤 시간이 여러 모로 불편하여, 대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낮 시간을 이용한다.
종교적 상징성에 있어서 북은 신을 초청하는 것이고, 꽹과리는 잡귀 잡신을 쫓는 것으로, 법사는 이들 악기를 연주하면서 경문을 구송하는 것이다. 또한 그 장단에도 독촉고장과 춤고장이 있어서, 춤고장은 신을 돋아 주는 것이며, 독촉고장은 신을 재촉하여 빨리 내리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예컨대 신장대를 잡고 있을 때, 독촉고장으로 연주한다.
독경을 하는 중에 기주는 신당을 향해서 수도 없이 절을 하며 치성을 드린다. 그리고 하나의 경문이 끝나면 잠시 휴식을 한다.
앉은굿은 법사 혼자서 경문을 구송하는 것이므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에는 기주네 식구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지루해지기 십상인데, 이때 흥미 있게 하는 것이 유능한 법사이다. 그런데 유능한 법사일수록, 독경소리가 낭랑히 들리며, 어설픈 법사는 독경과 북·꽹과리의 반주가 뒤범벅이 되어 독경소리를 잘 들을 수 없다.
훌륭한 법사는 모름지기 일청(一淸), 이고장(二鼓杖), 삼문서(三文書)라 하여 우선 경을 구송하는 청음이 맑고 잘 넘어가야 하며, 둘째는 장단을 잘 쳐서 신명나게 하며, 셋째는 경문의 사설이 좋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 무속의 양대 주류는 굿무〔巫〕에 의한 선굿과 독경무에 의한 앉은굿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무당이라 하면 격렬한 엑스터시 속에서 춤과 노래로서 신령을 초빙하고 또한 놀려서 인간 문제를 풀어 버리는 존재를 연상한다. 물론 이들이 무당의 주류이며 본질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찍이 고도의 문화를 이룩했고, 도교·불교·유교 등의 외래종교를 수용했으며, 찬란한 인쇄문화를 가질 정도로 역사문헌이 풍부했고, 식자(識者) 계층이 항상 지도세력으로 자리했던 역사·문화 배경을 지니기 때문에, 일찍이 문서에 의존하여 송경(頌經)함으로써 인간 문제를 해결하려는 무속 전통 또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곧 북아시아 샤머니즘과 역사·문화적 상관성을 지니는 굿무 계열과 도교·불교 등과 일정한 관계 속에서 파생, 발전한 독경무 계열로 무속의 양대 지주를 구분해 볼 수 있다.
그런데 굿무에 비하여 독경무는 무당의 주류에 위치하지 못하고 아류나 종속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독경무와 그들에 의한 앉은굿이 지니는 역사성과 사회적인 기능은 무당의 선굿에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