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평안북도 태천군 농오리산성 남문지에서 발견된 마애석각문(磨崖石刻文)에 그 이름이 보이는데, 이 명문에 의하면 어구루는 고구려 평양성의 5부의 하나인 전부(前部) 출신으로, 소대사자(小大使者)의 관등을 갖고 을해년(乙亥年) 8월에 농오리산성의 축성을 감독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소대사자의 관등은 다른 자료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관등명으로, 대사자(大使者)와 같거나 혹은 대사자와 소사자(小使者)의 중간에 해당하는 관등명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현존하는 성벽의 길이는 1.3㎞로서 어구루가 감독한 684간의 길이에 비등하므로, 어구루는 축성의 총감독임을 알 수 있다.
농오리산성의 축조연대인 을해년이 언제인지는 명확히 알기 어려우나, 본석각문의 글씨체가 후한의 예서체에서 육조의 해서체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4세기 후반 이후로 추정된다.
산성의 위치상 평양천도 이후의 방어 시설로 축조되었을 것이기에, 어구루는 5∼6세기의 어느 시기에 활동한 인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