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최제우는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다가 나이 30세를 전후하여 처자와 만나 울산으로 이주하여 속유곡동이라는 곳에 초가집을 한 채 마련하고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1858년(乙卯) 어느 봄날 최제우가 방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낯선 승려가 찾아와 “저는 금강산에서 온 중인데 뜻한 바가 있어서 백일 동안 치성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치성을 끝내는 날 탑 위에 이상한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얼른 펴보니 이해할 수 없는 아주 이상한 책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해석할 사람을 찾아 사방을 두루 돌아다녔지만 아직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오늘 우연히 선생님을 뵙고 느낀 바가 있어 이 책을 올리겠습니다. 부디 이 책의 뜻을 풀어주십시오.”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최제우가 그 책을 받아 펴보니 과연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이상한 책이었다. 그는 사흘 뒤에 오면 그 뜻을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흘 뒤에 과연 그 승려가 다시 찾아왔다. 최제우는 사흘 동안 연구한 그 책의 뜻을 잘 풀어 주었다.
그러자 그 승려는 매우 기뻐하면서 “선생님은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분입니다. 부디 자중하십시오.”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말을 마치고 돌아서자마자 간 곳이 없었다. 또한 돌이켜 보니 그 책도 간 곳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본서는 실존하는 책이 아니며, 이 이야기 역시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은 최제우가 수도 생활 도중에 겪은 일종의 종교적 체험으로서, 최제우의 종교적 성향과 동학의 초기 성격을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최제우는 본서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하느님에게 정성을 드림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직접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입증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또한 불교 승려를 등장시킴으로써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도가 기존의 유교나 불교와는 다른 것으로 이들보다 더 우월한 것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신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의 교단을 세우는 초창기에 많이 형성되는 것으로서, 그 지도자의 종교적 카리스마와 신비한 능력을 보여주는 구실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