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필사본. 도산서당(道山書堂)에서 간행하였다. 선비의 하루 생활을 12등분하여 시간마다 선비들이 지켜야 할 행동세칙을 기록하였다.
모두 57절로 구성되어 있고, 각 절마다 이에 대한 선인의 명구가훈(名句佳訓:뛰어나게 아름다운 글귀)과 학문의 방법을 기록해 놓았다. 안정복(安鼎福)이 편찬한 ≪하학지남 下學指南≫과 비슷한 내용이다.
일상생활과 형이하자(形而下者)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선 후기 실학의 학문 성향과 맥락을 같이 하는 저작물로 판단된다. 저자가 제시한 선비생활의 바람직한 일과표는 대략 다음과 같다.
인시(寅時:오전 3∼5시 사이)에는 기상하여 부모에게 새벽 문안을 드린 후, 의관을 정제하고 사당에 나아가 배알한다. 서실에 나아가 정좌하고 독서하며, 입지는 마땅히 성인이 되는 것을 기약한다.
묘시(卯時:5∼7시 사이)에는 물러나 자제들에게 글을 가르치는데,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고 순순히 타이르되 늘 너그럽게 한다.
아침까지는 독서를 하며 이 때의 마음가짐은 맑고 밝게 하여 독서와 궁리(사물의 이치를 깊이 헤아림)를 한다. 독서는 모름지기 숙독정사(熟讀精思)하는 방법으로 하고, 사색은 명변융통(明辨融通)하는 것으로 한다.
진시(辰時:7∼9시 사이)에는 부모에게 다시금 나아가 궤찬(饋饌:진지)을 올린다. 식사는 집안 사람과 자리를 나누어 앉아서 먹는데, 음식은 반드시 균일하게 하고 절용(節用:아껴서 쓰는 것)하도록 한다.
물러나서 책을 열람하고 자제들에게는 사서(寫書:글을 베끼는 일)를 부과하며, 동지가 있으면 회강(會講)한다. 이때부터 점차 바빠지는데 마음을 존양성찰(存養省察:본심을 보존하고 본성을 기르고 살핌)하도록 힘쓴다.
사시(巳時:9∼11시 사이)에는 자제에게 독서를 시키고 곧게 앉아 독서를 하되, 외물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혹시 손님이 있으면 예로써 맞이한다.
일이 있으면 사리에 맞게 조처하고, 손님 응접이 끝나면 곧 책을 대한다. 이 때의 손님맞이는 성심성의를 다하고 인정에 정성을 다한 것이어야 한다.
오시(午時:11∼13시 사이)에는 부모에게 다시 나아가 배알한다. 동복(僮僕:사내아이 종)이 맡은 일이 어떠한지 살핀다.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고 노력을 덜게 하되, 일의 처리는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한다. 경사자집(經史子集)을 열람하고 때로 친지에게 편지를 쓴다.
미시(未時:13∼15시 사이)에는 오래도록 앉아서 독서하되 심신이 피곤하면 정좌하여 정신을 함양시키고, 때로는 여가를 즐기기도 한다.
혹시 강례(講禮:예절을 익힘)하고 송시(誦詩:시를 배움)하며, 사자(寫字:글씨를 베낌)하고 습산(習算:셈을 익힘)하되 이단의 학문에 빠져서는 안 된다.
신시(申時:15∼17시 사이)에는 천천히 글의 맛을 읽되 여유있는 마음을 지니도록 한다. 양생에 유념하여 병이 나지 않도록 한다.
유시(酉時:17∼19시 사이)에는 부모에게 다시 나아가 배알하고 집안 사람들에게 맡은 일에 대하여 과문(課問)한다. 자제들에게 독서한 바 의문처에 대하여 강론한다. 이 때는 집안의 법도를 바로한다.
술시(戌時:19∼21시 사이)에는 가내를 순시한다. 자제로 하여금 낮의 공부를 복습하게 하고, 독서가 끝나면 고요히 본원에 대하여 사색한다.
해시(亥時:21∼23시 사이)에는 의관을 풀고 취침한다. 자시(子時:23∼01시 사이)에는 깊은 잠에 든다. 이때 밤기운으로 심신을 양생하며 망녕을 지니지 않는다.
축시(丑時:1∼3시 사이)에 첫닭이 울면 일어나 정신을 거두어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 혹시 경전의 의리에 대하여 새롭게 얻은 바가 있으면 빨리 적어 둔다.
이상이 저자가 제안한 선비의 하루 행동세칙이다. 일상생활에서 방일한 마음을 거두고, 성인의 도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선비의 부단한 노력이 잘 표출된 저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