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에서 간행하였다.
필동의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우태갑에게는 두 아들과 두 딸이 있다. 맏아들 동근은 한 곳에 집착하지 못하는 산만한 성격이며, 둘째 아들 동훈은 하나에 집착하면 나머지는 모두 잊는 타입이다.
맏딸 이화는 개성있고 이지적인 멋쟁이 의과대학생이며, 둘째 딸 옥엽은 알뜰한 살림꾼이다. 아내인 심씨는 노상 스란치마를 허리에 걸고 다니는 어린애같이 철없는 여인이다.
한국전쟁은 이 집을 무너뜨리고 가족들을 살상한다. 식구들은 각자 자신의 방법대로 전쟁을 겪었고, 겪고 나서도 변하지 않았다.
기총사격이 심한 싸움터에서 강물에 떠 있는 민들레를 꺾으려다 죽는 이화, 적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옥엽, 여전히 별 이념도 없이 인민군이 되었다가 국군이 되었다가 하는 동근, 아들이 행방불명인데도 심심하여 풀각시나 만들며 노는 어머니, 누구 하나 전쟁으로 인하여 성격이 변하지 않은 채 이 전쟁은 끝난다.
한국전쟁이 평화롭던 한 가정에 미친 영향을 그린 이 작품은 상황에 대처하는 인물의 개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전쟁의 이념이나 전쟁의 극한적 상황을 주제로 한 작품이 아니다.
상황에 의하여 변하는 인간보다는 오히려 개성의 프리즘에 의하여 굴절되는 상황의 양상을 그리고 있어서 전쟁소설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