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초기 대표작의 하나로, 1936년 4월 『삼천리(三千里)』에 발표되었다.
학비 마련을 위해 A공립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야간부 선생으로 일하게 된 사내는 주간부의 모범교사인 인화에게 열렬한 구애의 편지를 보낸다. 부모를 만주로 떠나보내고 고적한 처지에 있던 인화는 사내의 청을 받아들여 동거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인화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리자 사내의 태도는 싸늘해지기 시작한다. 인화가 이왕 임신을 했으니 하루 속히 부모의 허락을 받아 정식으로 낳아 기르자고 하자, 사내는 어렸을 때 정혼한 처녀가 있다는 것을 실토하고는 뱃속것부터 처치하고 다음 일은 서서히 생각해보자고 한다.
사내는 정체 모를 환약을 사다 먹기를 권하나 인화는 단호히 거절한다. 배가 불러오자 인화는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사내의 학비도 끊어져 이들의 생활은 어려워지기만 했다.
졸업시험을 치르고 시골집으로 내려간 사내는 거듭되는 인하의 연락에도 일체 응답을 하지 않았다. 오랜 산고 끝에 여아를 출산한 인화는 몸조리도 하는둥 마는둥 취직할 곳을 찾아 나섰으나, 갓난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가 일할 자리는 거의 없었다.
같이 세를 들어 사는 옥순 엄마가 아기 아비를 한번 찾아 가보라고 한다. 배반한 사내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생각조차 않고 있었지만, 모녀가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자 아이를 맡길 요량으로 사내의 시골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에서 다시 한 번 사내의 이기적이고도 비열한 작태를 확인하고는 되돌아오고 만다.
마침 옥순 엄마의 딸이 그만둔 식모 자리를 얻게 된 인화는 어린 딸을 떼어놓지 않아도 될 안식처를 얻었다는 생각에서 눈물을 글썽인다. ‘아이는 어미만의 물건’이라고 믿고 있는 인화에게는 식모방에서 뒹굴며 놀 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속에서 울려퍼질 자장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였다.
이 작품에서 눈을 끄는 것은 여주인공의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기적이고도 비열한 남자로부터 배반을 당할수록 지극한 모성애와 굳센 의지력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한 여인의 모습을 잘 부각시켜놓고 있다. 이는 색다른 여성상의 제시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다만 사건을 전개시켜나가는 데 있어 부자연스럽게 처리한 대목이 적지 않으나, 아기자기한 여성 심리의 묘사가 그러한 흠을 상쇄시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