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4월 『문장(文章)』 폐간호에 발표되었고, 1947년 같은 제목의 단편집이 발간되었다. 흔히 우리 문학의 최악의 암흑기로 묘사되는 시기에 발표된 소설로 그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암담한 역사적·사회적 환경이 암암리에 이 소설의 분위기에 반사되고 있다.
작가인 주인공이 어느 날 붐비고 혼잡한 기차를 타게 된다. 어디로 가고 있는 사람들, 은둔 작가 ‘나’가 앉아 있는 주위에 중년신사, 캡을 쓴 젊은이, 가죽재킷, 당꼬바지, 곰방대 영감, 촌마누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등이 함께 있다.
차표의 검표 과정에서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과 중년신사가 동행하고 있음이 ‘우리’에게 목격되고 그 관계가 서사적 흥미거리가 된다. 두꺼비 같은 그 중년신사는 북지에서 갈보장사를 하는 사람이었고, 달아났던 여인을 지금 다시 찾아 돌아가고 있었다.
매를 맞는 여인, 작가는 이 여인에 대한 연민에 껄껄 웃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 작품은 관찰·지각자인 은둔 작가 ‘나’의 눈과 의식으로 사건의 흐름이 서술되고 있는 일인칭 형식의 소설이다. 한 시대의 역사적·사회적 건강성을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의 예사로운 사건으로 진단, 측정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평범성은 소설의 제목과 그들을 가죽재킷이나 당꼬바지, 곰방대 영감 등으로 지칭하는 데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자기 나라와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없었던 시절의 민족적 슬픔이 이 소설에서 간결히 형상화되어 있다.
몸과 정신을 잃고 또는 더럽히면서 생존하여야만 했던 시대적 고통이 예사로운 사람들의 눈을 통하여 고발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자신으로 볼 수 있는 서술 주체의 진술을 통해서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강한 결백성을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