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사상계(思想界)』 5월호에 발표되었다. 자유당 말기의 사회적 정황을 분석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국회의원으로 출세한 아버지 장만중의 후광을 입고 장래가 촉망되는 육군 대령 장정표는 지뢰를 제거하는 일로 인하여 부상을 당하고 맹인이 된다. 그로 인하여 그 아내 경심은 시아버지의 비서인 윤수와 정을 통하게 되고, 고교생인 그 아우는 하녀 순자와 정을 통하여 임신까지 시킨다.
도덕적으로 황폐화 된 한 가정을 문제시하면서 운명적인 인간의 퇴락을 냉엄한 관찰의 눈으로 묘사하고 있다. “휘황히 빛나는 형광등 밑에 앉아서 그는 진회색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와 같이, 장정표의 암담한 운명을 반어적 현상(反語的現象)으로 포착하여 제시하였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장정표가 육체적인 불구이면서도 그의 의식의 내면은 매우 정결하고 순수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유주현의 단편소설의 구조적 특성이 반어(反語)로 짜여진 것도, 삶의 가능성과 기대가 허물어지는 냉혹한 현실에 근거를 두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