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自由詩)·산문시(散文詩)와의 대응되는 개념이다. 서구에서 전통적인 정형시는 일정한 수의 음보(音步)와 악센트, 소음절(小音節)로 이루어지는 시행(詩行)과 연구(聯句), 그리고 그 연구를 반복하는 형식이었다. 거기에 압운·후렴·애서넌스(assonance, 유사운) 등의 보족적(補足的)인 규칙이 있다.
시행의 음절수는 장단 또는 단장(短長) 등의 규칙을 지키며, 시행의 음절수와 시행수 등에 따라 종류가 구분된다. 독일 및 영국 등에서의 정형시는 음질(音質)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음절의 강약 또는 약강 등의 그룹을 한 묶음으로 하여 시행 속에 들어 있는 그들의 음보(音步, foot) 또는 시각(詩脚)이라 하고 그 음보수를 스캔션(scansion : 음보의 수를 조사해서 계산한다는 뜻)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스캔션된 음보수에 의하여 정형(定型)의 종류가 만들어지며, 이를 미터(meter, 격조)라 하고 압운·두운·애서넌스 등의 보족에서 고정되는 리듬을 형성한다. 이에 대하여 동양, 곧 한시에서 절구나 율시 및 배율 등이 정형시에 해당되는바, 이들은 음성율(音聲律 : 음의 고저 장단)·음절율(音節律 : 자수율)·음위율(音位律 : 압운) 등의 세 가지 기준인 외재율(또는 외형율)의 규칙에 따라 제작됨을 이름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경우, 시조·창가·가요 등이 모두 정형시의 범주에 포괄되지만, 위에서 언급한 규칙은 갖추어져 있지 않다. 다만 음수율(자수율)만 지켜지고 있는 우리 특유의 정형시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정형시의 특성은 각 종족들의 언어 및 문자 양식에 따라 그 기준이 서로 다른 것이다. 우리의 시가는 서구시의 영향을 받아 1910년대 중반부터 시도된 자유시 및 산문시 형식이 보편화되기 이전까지는 3·4 또는 4·4, 7·5 또는 8·5조의 자수율에 맞추어진 정형시 형식만 지켜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