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 4책. 필사본. 이 책은 원래 간행된 바 없이 1863년(철종 14)경 저자가 전라남도 지도(智島)에서 귀양살이하면서 쓴 것이 전해지고 있다. 서문이나 발문, 제작연대의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내용의 분석으로 대략의 제작연대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지수염필』의 내용은 모두 251측(則)으로 각 편마다 명칭을 달지 않은 채 고금의 문물제도와 문인·학자 등에 대한 광범위한 자신의 견문을 쓰고 있다.
『지수염필』의 제1권은 32측으로 우리 나라와 중국의 문물과 서체(書體)·서적 등에 대하여 썼다. 제2권은 25측으로 주로 중국의 문인과 문물에 대하여 썼다. 제3권은 28측으로 시체(詩體) 및 우리 나라와 중국 문인에 대하여 썼다. 제4권은 29측으로 문물제도를 썼다. 제5권은 21측으로 고금의 시·서 등에 대하여 썼다. 제6권은 32측으로 주로 우리 나라 문인·학자에 대하여 썼다. 제7권은 33측으로 우리 나라 문인·학자와 작품 등에 대하여 썼다. 제8권은 우리 나라 실학자들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지수염필』의 특징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전체적인 내용 중에서 특이한 점을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서구열강의 동점(東漸)에 대한 깊은 인식에 있다. 물론 그가 인식한 서양은 소박한 의미에 그쳤다. 그러나 서양의 자연과학 발달로 인한 힘의 축적과 그들의 종교를 동양에 전파하려는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점은 그 당시 세계사의 흐름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둘째는 조선 후기 학문의 흐름에 대한 지적이다. 대체로 실학파들의 인식세계에 대한 논평들이다. 그는 실학파에 참여하지 않았으면서도 정확하고 상세하게 이해하였다. 반대파들에 대하여서도 공정한 비판을 한 것에서 그의 자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의 중국과 조선의 현실을 천착하여 비판하고 그 실체를 객관적으로 적고 있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지수염필』 제8권에는 서유구(徐有榘)·정약용(丁若鏞)·김정희(金正喜)·이서구(李書九) 등과 중국 청대(淸代)의 문인·학자 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지수염필』은 조선 후기 학문의 흐름과 당시 중국학술의 경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 중의 하나이다. 더욱이 이 책이 조선 후기에 그것도 실학파에 속하지 않은 인물로 객관적인 서술을 한 것이다. 이 점은 당시의 학문적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지수염필』의 원본은 유일본으로 일본 덴리대학도서관(天理大學圖書館) 이마니시문고(今西文庫)에 있다. 1983년경에 전라남도 신안군 지도면 정영식(丁永植)의 집에 전사(傳寫)된 낙질본(落秩本 : 제3책이 빠졌음.)이 있음이 밝혀졌다. 1983년이우성(李佑成)에 의하여 『서벽외사해외수일본(栖碧外史海外蒐佚本)』 제13으로 아세아문화사에서 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