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암문집 順菴文集≫ 권17에 수록되어 있다. 주자학(朱子學)에 능통했던 안정복은 그의 스승 이익(李瀷)과 함께 일찍부터 서학(西學)을 배격하였다. 그런데 1785년(정조 9) 을사추조적발사건(乙巳秋曹摘發事件)을 계기로 서학을 직접 배척하기 위하여 ≪천학고≫와 ≪천학문답 天學問答≫을 집필하였다.
그는 ≪천학고≫에서 계묘·갑진(1783~1784) 연간에 젊고 재기 있는 자들이 천학이라는 사학(邪學)을 창도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애석한 일이므로, 이제 그가 통독하였던 한적(漢籍)에 의거하여 천주학, 즉 천학이 결코 신기한 신학(新學)이 아니며, 마테오 리치(Ricci,M.)의 중국 전도에 앞서 한·당대에 이미 중국에 있었음을 밝혀 천주학도들의 미혹을 깨우쳐 주기 위한 의도에서 이 책을 저술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한서≫·≪열자≫·≪통전≫·≪후한서≫·≪북사 北史≫·≪속통고 續通考≫·≪자치통감≫·≪오학편 吾學篇≫·≪경교고 景敎考≫·≪일지록 日知錄≫ 등의 중국문헌은 물론, ≪지봉유설≫·≪성호사설≫ 등을 인용하여 천주학의 기원을 논하고, 이들 각종 문헌을 통하여 대진국(大秦國)·대식국(大食國)·천축국(天竺國)·고국(苦國) 등 서쪽 여러 나라의 위치와 법속(法俗), 그리고 이들 여러 나라의 종교생활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서양에서 들어온 종교로는 회회교(回回敎, 마호메트교)와 천주교가 있는데, 천주교는 명나라 신종 만력(萬曆) 29년(1601) 마테오 리치가 진공(進貢)해 온 데 따라 전하여졌음을 밝혔다.
그리고 전목제(錢牧齊)의 ≪경교고≫를 인용하여 천주교가 불교의 한 가닥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또한 고염무(顧炎武)의 ≪일지록≫을 인용하여, 마테오 리치의 천주당과 같은 것이 이미 당나라 현종 때도 존재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렇듯 ≪천학고≫는 천주교가 어떠한 종교인가를 역사적으로 논증하여 이를 배격하기 위한 의도에서 엮은 척사위정론서(斥邪衛正論書)이나 동양에서 서교의 기원을 밝혀 보고자 한 최초의 기록이며, 서방의 지리와 법속을 조선 전통사회에 처음으로 소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