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첫 시집 『궤짝 속의 왕자(王子)』(해동문화사, 1959)에 실린 작품으로 그의 시선집인 『흰수염 갈대풀』(청암사, 1981)에 재수록되었다. 5연 36행의 상당히 긴 시이며, 소박한 서정성에 관념적인 색채가 혼합된 작품이다.
이 시의 소재는 아직 복개되지 않은 채 흐르던 청계천이다. 시의 끝 부분에 청계천에 대한 설명적 어구로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지금은 청계(淸溪) 아닌 썩은 냇물의 이름”이라는 말이 첨부되어 있다.
시인은 첫 연에서 청계천의 물은 썩고 냄새가 나지만 그 흐르는 소리는 옥처럼 맑다고 노래한다. 여기서 이 시인이 청계천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오히려 청계천에 더러운 물이 흐르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그 썩고 냄새나는 오물 속에 욕되고 저주받은 서울의 온갖 도시문명의 잔해와 허위의 역사가 뒤섞여 떠내려가기를 바라고 있다.
말하자면 이 시는 하나밖에 없는 냇물마저 오염된 서울의 퇴폐성을 청계천의 모습을 통하여 비판하고, 그 청계천의 혼탁한 흐름 속에 모든 위선과 기만이 배설되어버린 뒤 진정 가치 있는 미래가 오리라는 것을 염원하고 있다.
그러한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태도는 “우리들을 달래고 울려줄 수 있는/꽃밭같이 초롱초롱한 그러한 밤을/당아욱빛같이 찬란한 그러한 아침을” 맞이하겠다는 자세에서 잘 드러난다.
이처럼 이 시는 현실적 상황에 대한 절망감과 미래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청계천이라는 상징적 사물을 통하여 병치시켜놓은 것이다. 청계천의 현실적 모습은 더럽고 추악하지만 앞으로의 모습은 맑고 밝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 시의 근저에 놓여 있다.
그 확고한 믿음이 이 시의 여러 곳에 보이는 공허한 구호와도 같은 구절들을 의미 있는 시적 진술로 승화시켜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