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높이 24.4㎝, 입지름 11.5㎝, 밑지름 11.2㎝.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거의 원형에 가까운 둥근 항아리로 굽이 없는 편평한 바닥면에 입술은 매우 낮으면서 날렵하게 밖으로 말아서 처리하였다.
몸체의 둥근 곡면(曲面)을 따라 활달하면서도 섬세하게 문양을 새겼는데, 아래 위로 커다란 연꽃송이를 세 군데에 배치하고 그 사이에 유려하게 이어지는 당초문(唐草文)을 가득 채웠다. 문양의 윤곽 부분은 굵은 음각선으로 처리하고, 세부는 가는 음각선으로 정교하게 표현하였다.
문양의 윤곽 주위를 굵은 음각선으로 넓게 파서 문양을 도드라지게 하는 음각기법을 반양각기법이라고도 지칭한다. 이 기법은 고려 의종 때인 1157년경 양이정(養怡亭)에 덮은 청자기와를 생산하였던 전라남도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가마터에서 출토된 기와를 장식한 시문기법이기도 하다. 즉 고려 비색청자(翡色靑磁)가 최고 수준에 달하였을 때 완성된 화려한 장식기교인 것이다.
이 항아리에 시도된 반양각기법의 문양은 굵고 가는 음각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약(釉藥)의 농담에 따라 문양이 나타남에 차이가 생겨 더욱 율동적으로 보인다. 유약은 투명하고 차분한 아름다운 비색유(翡色釉)로 빙렬(氷裂)이 거의 없다. 굽은 항아리의 접지면 안쪽으로 얕게 파내는 방식으로 마련되었으며, 접지면의 유약을 일부 훑어내고 모래 섞인 내화토(耐火土) 빚음을 여섯 곳에 받쳐 구운 흔적이 있다.
고려청자의 기형으로는 매우 드물게 몸체가 풍만하고 구형(球形)에 가까운 항아리로, 기형이 특별할 뿐 아니라 그릇 전면에 화려하게 베풀어진 반양각기법의 연당초문도 빼어나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