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88면. 1969년 삼애사(三愛社)에서 발행되었다. 저자의 유일한 시집으로 알려졌으나, 앞서 프린트판으로 A5판 50면의 『처녀승천(處女昇天)』이라는 시집을 낸 바 있다. 발행처나 발행연도조차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문단 선배에게 기증한 것이 발견되었다.
『청자수병』에는 「청자수병」·「벌거숭이 바다」·「너희들 잠에서 깨어날 때」 등 3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고, 서문이나 후기는 없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청자수병」을 비롯한 대다수의 작품들은 우리나라의 전통적 소재를 아름다운 언어의 조탁(彫琢)으로 현대적 감각에 조화시켰다.
시어에 있어서도 ‘아련히’·‘슴슴이’·‘아롱아롱’·‘둥긋이’·‘애설푸레’·‘아렴풋’ 등 청자물병이 풍기고 있는 질감이나 색감을 감각적으로 표출하여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최대한으로 추구하였다.
정물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단순한 데생에 그치지 않고 꿈틀거리는 삶을 담고 있다는 데에서 이 시인의 역량을 볼 수 있다. 언어구사에 있어 때로 고어투를 쓰기도 하고 종결어미를 문어체로 쓰기도 하는 등 세심한 배려로 효과를 거두면서 독특한 내재율을 창출하고 있다.
4·19와 5·16을 겪고 난 뒤로 사회적 현실에 관심을 기울여 「봄」이나 「우리들은 샘물에」 등에서는 시민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고 불안정한 생계로 기구한 일생을 살면서도, 시에 대한 정열은 매우 치열하여 주옥 같은 시편들을 남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