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영창서관(永昌書館)에서 간행하였고, 다시 1975년 중간서를 붙여 박영사(博英社)에서 문고판으로 중간하였다. <영원한 승방몽(僧房夢)>(白潮 1호, 1922.1.) 이후 20년 동안 발표한 수필 <조수루산고 釣水樓散稿>·<여심락 余心樂>·<청태지관음 靑苔池館吟> 등 51편에 자서를 붙여 펴냈다.
자서에서 “이것은 뜻을 문필에 둔 지 20여 년, 마음내킬 때마다 끄적거려 흩뜨려뜨렸던 초라한 만문집(漫文集)이다.”라고 표명하였듯이 산수나 생활, 그리고 문인과 작품에 얽힌 단상(斷想)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쓴 생활수필집이다.
고관지당(古館池塘)과 산간유곡, 사람 없는 정반(庭畔)에 있는 이름 없는 청태, 값도 없고 사군자의 격도 갖추지 못하였으며 행화(杏花)·도화(桃花)·모란(牡丹)·작약(芍藥) 등의 화려한 의지도 없는 푸른 이끼, 그 청태로 은유되는 삶의 서정을 간결하면서도 품격을 갖추어 표현하고 있다.
이 수필집은 <수선화 水仙花>·<앵화(櫻花)의 정열>·<설 雪> 등 산수에 어린 서정을 그린 수필과 <조수루산고>·<생선과 채소>·<탕수구수(湯水俱水)의 이로(二老)>·<여호목도리>·<다방풍경>·<청태지관음> 등 생활에 얽힌 삶의 서정을 그린 수필, 그리고 <나도향(羅稻香) 10주년기 추억편>·<영결성해 永訣星海>·<문학상으로 본 정다산(丁茶山)>·<작가와 풍속>·<역사소설과 고증>·<서회월시초 序懷月詩抄> 등 문인과 문학에 얽힌 생활과 문학적 의미를 표현한 수필의 세 경향으로 나누었다.
보잘것없는 것 같으면서도 값지다 할 수 있는, ‘한 귀퉁이 품(品) 없는 식물’이지만 세사에 상관없이 초연히 빛을 발하는 청태와 같은 삶의 서정과 문학인으로서의 신변 잡사를 다루어서 멋진 청태도(靑苔圖)를 그려 보이고 있다.
이 수필집의 의미는 첫째로 산수와 인사를 통찰하고 그것을 삶의 서정과 조응하여 자연과 생활, 그리고 문학의 정립(鼎立) 가운데 청태와 같이 푸른 삶의 의미를 집약하고 있는 점이다. 둘째는 자연이나 인생을 포용하고 통찰하는 해박함과 체험적인 섭렵에 의하여 문인과 문단, 나아가 문학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게 하는 점이다. 셋째는 적절한 제재와 서정이 스며 있으면서도 지적 섬광(閃光)이 빛나는 표현에 그 특징이 있다.
또한, ≪청태집≫은 1910년대 이광수(李光洙)와 최남선(崔南善)에 의하여 형성되기 시작한 수필이 1920년대에 이르러 수상수필(隨想隨筆)과 기행수필의 두 경향으로 전개되어가는 과정에서 수상수필의 형성에 주축을 이룬 박종화의 20여 년간의 결실이라는 데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