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직설』이나 『증보산림경제』에는 ‘키〔簸〕’로, 『훈민정음』(해례본)에는 ‘키〔箕〕’로 표기되어 있다. 지역에 따라 ‘칭이(경상남도 영산)’·‘치(강원도 도계)’·‘챙이(전라남도 구례·보성)’ 등으로 불린다.
고리버들이나 대로 만든다. 남쪽지방에서는 주로 대로 만든 것을 많이 썼다. 고리버들이나 대를 납작하게 쪼갠 오리로, 앞은 넓고 편평하며, 뒤는 좁고 우긋하게 짜는데, 양 앞쪽에 작은 날개를 붙여 바람이 잘 일어나게 한다.
곡식을 담고 까부르면 가벼운 것은 날아가거나 앞에 남고 무거운 것은 뒤로 모여 구분되는데, 이를 ‘키질’이라고 한다. 또, 곡식 등에 섞인 불순물을 고르기 위하여 키에 담아 높이 들고 천천히 쏟아 내리는 것을 ‘키내림’이라 하고, 키를 나비 날개 치듯 부쳐서 바람을 내는 것을 ‘나비질’이라 한다.
민간에서는 오줌을 잘 가리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키를 씌워 다른 집으로 소금을 얻으러 보낸다. 그러면 상대 집에서는 그 까닭을 알아차려 소금을 뿌리고 키를 두드리면서 “다시는 오줌을 싸지 마라.” 하고 소리친다. 이렇게 하면 나쁜 버릇이 고쳐진다는 믿음이 내려온다.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정초에 처음 서는 장에 가서는 키를 사지 않는다. 키는 까부는 연장이므로 복이 달아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모르고 사온 경우라도 집안어른이 부수어버린다.
제주도에서는 섣달그믐날 키점〔箕占〕을 친다. 부엌을 깨끗이 치우고 키를 씻어서 엎어두었다가 새해 아침에 그 자리를 살펴본다. 쌀알이 있으면 쌀이, 조가 있으면 조가 그해에 풍년이 들 것이라고 한다.
또, 윤달에 주부가 마루에서 마당 쪽으로 키질을 하면 집안이 망한다고 믿는다. 이는 대문에 그 집을 지켜주는 문전신(門前神)이 있어 그쪽으로 키질을 하면 그 신을 내쫓는 격이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