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8월 1일부터 1941년 2월 14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되었고, 1942년 매일신보사 출판부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한 후, 1989년 풀빛사에서 『한설야선집』 3권으로 출간하였다. 「청춘기(靑春期)」(동아일보, 1937)와 함께 작가의 자전적 색채가 강한 가족사소설(家族史小說)의 구조로 되어 있다.
작가의 소년시절 체험을 담아 조선 말기, 러일전쟁 직후의 격변기를 작품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가 고향인 함흥에 칩거하면서 집필한 것으로, 집단적 이념의 추구를 다루었던 기존의 경향과는 달리 주로 개인사적 탐구의 성향을 띤 작품이다. 묵은 관습이나 제도가 무너지고 외세에 의하여 전통적인 정서나 가치가 사라져 가는 현실을 다소 감상적이고 심정적인 태도로 서술하였다.
특히 함경도 지방의 풍물과 시속의 묘사가 돋보인다. 양반 행세를 하며 세도를 잡은 박 진사가 의병 홍범도(洪範圖) 때문에 군수로 부임하지 못하고 달아나고, 돈 많은 과부를 첩으로 얻고 광산을 경영하여 치부하는 과정, 집안의 양자와 정을 통하다 아이를 배고 미쳐 죽은 소녀의 이야기 등 다양한 세태의 풍정을 다루었고, 우길과 게섬, 우길의 조모 등에 대한 인물 묘사가 비교적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친일 자산가의 등장이나 세태 묘사가 작가의 일정한 비판적 시각이나 거리에 의하여 형상화되지 못하고, 특히 주인공과 대립적 관점을 설정하지 않은 평면적인 구성이 비판되기도 하였다.
둘째 아들 우길에 의하여 아버지 세대가 극복될 수 있다는 암시가 다소 비중 있게 제시되어 있지만, 이 또한 식민시대 암흑기에 대한 작가의 현실인식의 추상성을 드러낸 것으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탑」은 단순한 세태소설은 아니다. 그것은 주인공 우길의 행동에서 잘 드러난다. 여종 게섬의 죽음은 우길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우길은 형 수길과 달리 여종을 차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타락한 아버지 세대를 극복하고자 한다. 아버지와의 대립은 동생 이순의 혼인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우길은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잘한 일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박 진사는 수길의 혼사를 술집에서 결정해 버리고 딸 이순의 혼사도 자신의 개간지 공사 자금 융통을 위해 성사시키려고 한다. 이처럼 우길의 가출 원인 중 하나는 형 수길과 아버지가 여자에 대해 지니고 있는 그릇된 사고 때문이다.
더욱이, 아버지 박 진사는 몰락하는 봉건 지배층을 대변하는 인물로 새로운 시대 분위기를 타고 개간지 사업과 철광 사업에 손을 대어보지만 점점 가운이 기울어진다. 이에 반해 친일 자본가 송병교는 일제의 비호로 신흥 부르주아로 성장해간다.
이러한 사실은 봉건 사회가 식민지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편입되어 가는 당대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음미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