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22면. 1938년 함흥 신성각(新聲閣)에서 간행되었다. 작품 편성은 모두 6부로 나누어 ‘파초’에 9편, ‘명상(瞑想)’에 5편, ‘불놀이’에 18편, ‘단장(短章)’에 2편, ‘고별(告別)’에 8편, ‘수난(受難)’에 5편으로 총 4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대표작인 「파초」와 「내 마음은」도 이 시집에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저자가 일제 말엽 함경남도 서호진의 전원에 우거할 때 지은 것으로, 내용은 향수, 고독, 자연과의 친화, 생활의 단상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파초」·「수선화」·「내 마음은」 등이 향수·비애·고독을 노래한 것이라면, 「달밤」·「구름」·「해양송가(海洋頌歌)」·「백운산행」 등은 자연과의 친화를 다룬 것이며, 「우는 아기에게」·「나의 뜰」·「낙엽」·「벗을 맞음」·「식탁」·「전춘사(餞春詞)」 등은 생활의 주변상을, 「기원」·「성모 마리아의 초상화 앞에서」·「수난」 등은 생활의 수난에 대한 극복의 염원을 노래한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향수의 정서에서 발단되고 있기는 하지만, 작자는 심리적인 갈등이나 위화감에 탐닉하지 않고 그것을 순화, 승화시키고 있다. 괴로움보다는 잔잔한 애상이나 그리움을, 나아가 자연과의 교감에 의한 평정과 여유를 그려보임으로써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따뜻한 인간애에 기초한 맑고 투명한 서정적 분위기를 풍겨주고 있다.
이 시집은 신석정(辛夕汀)·김상용(金尙鎔)의 작품들과 함께 1930년대 후기의 전원적 경향의 시를 이해하는 데 있어 기본적인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