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1977년 지식산업사(知識産業社)에서 발행하였다. 우리 소설을 다루는 주체적이고도 독자적인 이론과 방법을 수립하여보고자 시도한 저서이다.
지난날 우리나라나 중국 등지에서 생성, 발전된 이기철학(理氣哲學)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의 소설을 분석, 연구하는 새로운 이론과 틀을 모색하려 한 저서이다. 우리 고전소설들을 이기철학적 시각으로 조명함으로써 새로운 면모들을 드러내고 밝혀내었다.
제1장 이기철학의 전통과 국문학 이론의 새로운 방향, 제2장 자아와 세계의 소설적 대결에 관한 시론, 제3장 소설 시대의 이해를 위한 예비적 고찰, 제4장 소설의 성립과 초기 소설의 유형적 특징, 제5장 영웅소설 작품 구조의 시대적 성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아와 세계의 대결 이론을 주축으로 하여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이 자아와 세계간의 대립·갈등 이론은 사실상 골드만(Goldmann,L.)이나 루카치(Lukács György)의 소설 이론을 토대로 하고 있는바, 이 저서에 대하여 비판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그들의 이론에 대한 언급이나 소개를 일체 배제한 채 이기론을 끌어들였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찬반 양론이 있지만, 이 책은 소설연구사적으로 볼 때 여러 모로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
『금오신화』나 『홍길동전』 등에 관한 진일보한 논의를 담고 있는 점과 우리 소설의 연구에 많은 자극과 충격을 줌으로써 발전을 채찍질하고 있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 하다. 특히, 소설의 성립과 초기 소설의 유형을 다루고 있는 제4장은 높이 살만하다.
제5장은 여기에서 펼치고 있는 논리와 영웅소설들의 실상간에 놓여 있는 간극이나 괴리가 문제되어 쟁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작품의 실제 창작 연대와 추정 연대 사이에는 많은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서구의 소설 이론과 우리나라 내지 극동의 전통적 이기철학이론을 접목시켜 우리 고전소설을 새롭게 다루고 있는바, 연구사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