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11월호 『조광(朝光)』에 실려 있다. 이 작품은 남편이 독립운동 혐의로 붙잡혀 복역을 마치고 간도(間島)로 망명한 이후, 고향인 목포로 내려와 창작에 전념하던 중 호남 지방의 나주에 사는 언니네 가족들이 한발(旱魃)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창작한 작품이다.
식용수를 하루에 세 동이로 제한할 정도로 가뭄이 극심한 마을이었지만 기우제를 지내도 별다른 소용이 없다. 그러자 이 마을의 교회 집사인 성섭은 가뭄이나 홍수가 있을 때마다 차차 자신의 신앙심이 식어 가는 것을 느낀다. 마을 사람들은 급기야 미국인 목사에게 찾아가 비를 오게 해달라고 아우성 치지만, 목사는 그저 죄를 회개하고 기도만 하라고 되풀이 할 뿐이다.
어느 날 극도로 굶주린 개가 귀중한 식용수를 먹다가 얻어맞고는 이내 성섭의 딸과 아내를 물어 버린다. 딸과 아내의 피가 낭자해지자 눈이 뒤집힌 성섭은 미친 듯이 뛰어 나가며 죄 없는 우리 가족을 누가 이 지경으로 몰아넣었느냐고 울부 짖는다.
논 한 번 매보지 못한 채 여름을 보내고 입추를 맞이하여도 극도의 가뭄이 들었기에 이제 성섭의 눈에는 피눈물만이 고인다. 이러한 박복한 상황 속에서도 끝내는 두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행동의 자세를 가누는 의지를 보인다.
원래 실존주의 문학에서는 극한상황에 이르면 사르트르의 「구토(嘔吐)」의 경우처럼 나무뿌리에서 계시를 얻는 등의 형이상학적인 관념의 세계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박화성 문학의 주인공, 특히 이 작품의 ‘성섭’은 그렇지가 않다. 관념의 세계로 흘러버리지 않고 비록 그의 힘이 객관적으로 보아 미약하다 하여도 현실에 과감히 부딪쳐 나가는 의지의 미학을 이 작품에서는 리얼리즘의 근본으로 삼고 있다. 또한, 한발에 시달리는 농촌의 현실을 직접 체험한 데서 좀 더 심층적인 리얼리티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