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1책(29장). 첩장본. 「등왕각서(滕王閣序)」 등 3편의 글을 써서 친우 유기(柳綺, 자 여장(汝章))에게 기증한 서첩이다. 서첩에 수록된 글은 당나라 왕발(王勃)의 「등왕각서」 외에 한무제(漢武帝)의 「추풍사(秋風辭)」, 이백(李白)의 「추야연도리원서(秋夜宴桃李園序)」이다.
이 중 「등왕각서」는 원래의 제목 앞에 ‘추일연(秋日宴)’ 세 글자를 덧붙여 계절적 감흥을 나타내고 있다. 이 3편의 글은 모두 연석(宴席)에서 읊은 글로 한호는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방편을 제시해준 명문들만 뽑아 서첩에 담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유기에게 써서 주었던 것이다.
3편을 쓰고 나서萬曆二十四年丙申臘月念日石峰韓濩書於西學寓舍寄贈柳汝章書(만력이십사년병신납월염일석봉한호서어서학우사기증유여장서)”라 하여 필서한 연월일 및 장소와 기증하는 사람의 이름을 밝히고 있다.
또, 이 서첩 끝에 별도로 ‘왕래동취(往來同醉)’라는 제목 아래 평소 교유하던 친우들의 명단을 적어놓았는데, 본인을 포함한 박록(朴漉), 김구정(金九鼎), 김윤명(金允明), 유기 등 5인의 이름 아래에 각인의 자(字)가 적혀 있다.
서첩 첫장에 ‘主人豊山柳氏(주인풍산유씨)’라는 소장자의 묵서가 쓰여진 것으로 보아 유기의 후손가에 전승되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 서첩은 명필 한호의 글씨라는 점에서 서예적 가치는 물론, 한호를 비롯한 5인의 우정과 당시 임진왜란 직후 관리 또는 선비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