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권 14책의 국문 필사본이다. 한나라 시절 실제 인물인 광무제, 곽 황후, 음후 등이 당나라 시대에 다시 태어나 한나라 시절의 일에 대한 인과대로 인생을 살아 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당나라 현종 때 낙양 운수동(雲水洞)에 승상 위징(魏徵)의 현손 '위성(魏誠)'이라는 산림처사가 있었다. 위 처사는 인품이 고상하고 청렴결백하고 공명을 싫어하여, 운수동으로 들어와 숨어 살고 있는데, 슬하에 혈육이 없어 쓸쓸히 지냈다.
위 처사에게는 조희(趙熹) · 지명(池明) · 설흠(薛欽)이라는 죽마고우가 있었다. 하루는 네 사람이 소상강에 놀러 갔다가 잠깐 조는 사이 똑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네 사람은 모두 한 선관을 따라 천상에 올라가 옥황상제 앞에 나아갔는데, 한 부인이 옥황상제 앞에서 이전 생에 맺힌 원한을 풀기 위해서 윤회 응보(輪廻應報)에 참여하려는 뜻을 아뢰는 꿈이었다.
그 부인은 한나라의 중흥주(中興主) 광무제의 곽 황후였다. 광무제가 곽 황후를 폐출하였고, 무고한 태자마저 동해로 내치고는 음 여화를 황후로 삼은 데 대하여 원한을 품고 후세에 한번 보복할 것을 생각하고 옥황 앞에 전말을 아뢰고자 나타난 것이다.
이에 옥황상제는 광무제와 음 여화를 불러 곽 황후는 당실의 왕자로, 광무제는 조씨 가문의 딸로 태어나게 한다. 또 곽 황후의 친구인 백희 공주는 위씨 가문의 딸로, 곽 황후의 아들 경왕(景王)도 위씨 가문의 딸로 각각 태어나게 한 후, 위 · 곽 · 음 3인의 전세(前世) 보응(報應)을 자세히 알게 하라고 한다. 이에 백희 공주는 위 처사의 딸 옥희로, 광무제는 조 처사의 딸 수아로, 음 여화는 설 처사의 딸 여주로, 왕 첩여는 양 승상의 아들 추로, 곽 황후는 태자로 태어난다.
이때 나라에서 태자비의 간택이 있자, 위 소저가 정비(正妃)로, 조 소저가 부비(副妃)로 간택되었다. 위 · 조 양가에 청혼하였다가 거절을 당한 양 승상이 앙심을 품고 복수하려고 한다. 이때 남서 지방에 산적이 일어나 태자가 출전하여 '운설도인'이라는 진인(眞人)의 도움으로 산적을 토벌한다. 태자는 나중에 그 진인이 자기의 아내 위비였음을 알고 못내 기뻐한다. 위비는 태자궁으로 돌아와 인력으로 궁중을 다스리며 태자로 하여금 조비와 설비를 자기보다 더 사랑하게 하니, 태자궁에 화평이 온다.
한편, 조 처사의 부인 허씨가 위가의 복록을 질투하여 모해하려 하고, 양 승상 부자도 위 · 조 양가를 모해하려고 한다. 안녹산(安祿山)의 난이 일어나 현종이 물러나고 태자가 즉위하여 위비를 황후로 삼으니, 조비가 질투를 참지 못하다가, 아버지로부터 지난날의 꿈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게 매인 업보를 깨닫는다.
『한조삼성기봉』은 불교적인 윤회 보응을 주제로 삼아, 한나라 광무제 때의 인물을 당나라 현종 때의 인물로 윤회 전생시켜 전세의 응보를 받도록 구성하여 놓았다.
이 작품은 「옥환기봉(玉環奇逢)」의 파생작으로 볼 수 있다. 강왕을 비롯한 모든 중요 등장인물이 「옥환기봉」에 등장했던 광무제, 곽 황후, 음후, 백희 공주가 재생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강왕, 위비, 조비, 설비가 이들과 일대일로 대응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