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문법(國文文法)』은 주시경이 1905년 2월부터 6월까지 상동청년학원(尙洞靑年學院)에서 국어를 가르칠 때 등사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준 것을 합철한 것이다. 필사본(筆寫本)으로 19장(張)이며, 책 크기는 세로 25.5㎝, 가로 17.5㎝이다. 오늘날 전해 오는 필사본『국문문법』은 상동청년학원(尙洞靑年學院)에 다닌 학생 유만겸(兪萬兼, 1889∼?)이 주시경에게 문법을 배우면서 붓, 펜, 연필 등으로 쓴 노트이다.
『국문문법』은 ‘국문과’와 ‘말’로 양분되어 있다. ‘국문과’는 ‘졔일과 말과 글’, ‘졔이과 음학(音學)’, ‘졔삼과 사람의 말소리’, ‘제사과 국문을 만ᄃᆞ심’, ‘뎨오과 인증’, ‘제육과 국문 ᄌᆞ음학’, ‘졔칠과 ᄌᆞ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은 ‘졔일과 언분(言分)’, ‘졔이과 명호의 분별,’ ‘제삼과 동작의 분별’, ‘제사과 형용의 분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분(言分)’은 품사 분류이다. 주시경은 ‘언’을 (1)명호(名號), (2)형용(形容), (3)동작(動作), (4)간졉(間接), (5)인졉(引接), (6)경각(警覺), (7)죠셩(助成) 등 일곱 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언’은 현대 국어 관점의 ‘품사’와 일치한다.
‘명호’는 ‘각죵 물건들과 여러 가지 볼 수 업ᄂᆞᆫ 바를 일흠하여 부르ᄂᆞᆫ 것’으로 정의하고 ‘명호의 분별’에서 이를 다시 ‘원명(原名)’과 ‘ᄃᆡ명(代名)’으로 세분하였다. ‘원명’에는 일반적인 명사들이, ‘ᄃᆡ명’에는 ‘나, 너, 우리’ 등의 대명사뿐만 아니라 ‘하나, 둘’ 등의 수사, ‘것, 줄’ 등의 의존명사가 제시되어 있다.
‘형용’은 ‘형용ᄒᆞᄂᆞᆫ 것들’로 정의하고, ‘명호를 형용ᄒᆞᄂᆞᆫ 것들’인 ‘형명’, ‘동작을 형용ᄒᆞᄂᆞᆫ 것들’인 ‘형동’, ‘형용을 형용ᄒᆞ들(곳 형동이로되 쓰임만 갓지 아니 ᄒᆞᆷ)인 ‘형형’으로 나누었따. ‘형용의 분별’에서는 ‘품질’, ‘모양’, ‘수량’, ‘지목’으로 나누어 각각 ‘귀ᄒᆞᆫ, 착ᄒᆞᆫ’, ‘큰, 젹은’, ‘한, 둘, 셋, 만은’, ‘이, 그, 이런, 져런’ 등을 예로 들었다.
‘동작’에 대한 정의는 누락되어 있다. ‘동작’은 동사인데, ‘먹다’와 같은 타동사와 ‘자다’와 같은 자동사를 구분하였을 뿐만 아니라, ‘잡다’, ‘잡히다’와 같은 능동과 피동을 ‘직동(直動)’, 과 ‘피동(被動)’으로 더 세분하였다.
‘간졉’은 ‘ᄒᆞᆫ 말이 다른 말을 이어지게 ᄒᆞᄂᆞᆫ 것들’이고, ‘인졉’이란 ‘명호 아ᄅᆡ 쓰ᄂᆞᆫ 것들인ᄃᆡ 동작을 인도ᄒᆞ여 되ᄂᆞᆫ 것을 가ᄅᆞ치ᄂᆞᆫ 것’들이며, ‘경각’이란 ‘무슨 의외의 감졍이 일어나 스ᄉᆞ로 놀나ᄂᆞᆫ 것’이고, ‘죠셩’이란 ‘명호나 동작이나 형용을 도와 한 말을 마치는 것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해당 예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간졉’은 연결어미, ‘인졉’은 조사, ‘죠셩’은 종결어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류를 통해 『국문문법』에서는 품사를 의미와 기능에 따라 분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문문법』은 주시경의 초기의 품사 분류 체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국어학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