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운암(芸菴) 혹은 호산자(湖山子)인 함흥 출신 유학자 한석지(韓錫地, 1709∼1803)가 집필한 성리학 비판을 기조로 가지고 있는 유학사상에 대한 저서이다.
1940년 함흥의 율동계원들이 덕흥인쇄소에서 발행한 것을 서울의 민족문화사에서 1976년 영인하였다. 한석지 생전에 『명선록(明善錄)』의 원명은 『온고록(溫故錄)』이었으나, 그 뒤 『가전명선록(家傳明善錄)』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1940년 활자 간행 시에 현재의 『명선록』으로 확정된 것이다.
이 책은 필사본, 연활자본, 영인본 등이 있다. 필사본은 가전본(家傳本)이고, 영인본은 1940년 함흥 율동계에서 출판한 연활자본을 저본으로 한 것이며, 1976년 민족문화사에서 영인본으로 간행하였다. 성균관대학교 존경각에는 『가전명선록』의 이름으로 소장되어 있으며, 송병준(宋秉畯)과 최겸용(崔謙鏞) 등이 교열했다.
『명선록』은 한석지의 유일한 저술로서, 그가 평생 개고하여 힘을 쏟아 저술한 것이다. 제목으로 붙인 명선(明善)은 유학의 근본정신을 선(善)으로 대표하여, 당시 성리학적 유학 이해를 넘어서서 유학의 원류를 찾아 밝히겠다〔明〕는 비판적 의미가 담겨있다.
『명선록』은 「치지편(致知篇)」 482조, 「천오편(闡奧篇)」 312조, 「변무편(辨繆篇)」 322조로 구성되어 있다. 각 편마다 각각 5절씩 되어 있으며, 모두 합해 15절, 1116조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편의 조목들에서 한석지 자신의 독자적인 유학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명선록』을 일관하는 주제는 성인이 되는 학문으로서의 유학을 재천명하는 것이다. 당시 성리학의 이론은 불교의 주정적(主靜的) 세계관에 함몰되어 참다운 공맹(孔孟)의 유학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성리학의 격물론(格物論)에 대해서 지나친 주지주의적 해석을 지양하고, 윤리강상(倫理綱常)의 실천을 위주로 한 해석을 하고 있으며, 양지(良知)를 직접적으로 실현하는 실천적 삶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주장하고 있다.
『명선록』의 사상적 경향은 주자학의 주지주의적 유학에 반기를 든 양명학(陽明學)의 비판과 논조를 같이하고 있어서, 양명학 계열의 유학자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한 그는 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李濟馬)에게 일정 정도 영향을 끼친 유학자로 생각되며, 맹자의 사단(四端)에 대한 강조, 심(心)에 대한 해석 등은 이와 연관된 사상의학의 철학적 토대를 밝히는데 일정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