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언행록(婦人言行錄)』은 여성의 일과 덕목을 17주제로 세분화하여 각 주제에 해당되는 역사 인물을 싣고 있다. 서한(西漢)의 경학가 유향(劉向)이 쓴 『열녀전(烈女傳)』의 인물들과 동한 이후의 중국 인물 및 백제, 신라, 고려, 조선의 인물을 순서대로 수록한 여성전기집으로 여성 교육용으로 편찬되었다.
여학교의 설립으로 여자 교육이 가능해졌으나 사대부가에서는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하는 등 학교 교육의 수혜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또 학교 교과서도 여자를 위한 교육이라고 할 수 없어 여성을 위한 온전한 교재가 필요했다.
이 책은 2권 1책으로, 연인본(鉛印本)이다. 크기는 22.3×15.1㎝이며, 경성(京城)에 있는 광학서포(廣學書舖)에서 발행하였다. 한문과 언문 번역을 나란히 싣고 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는데, 표지서명은 ‘한선문대역부인언행록(漢鮮文對譯婦人言行錄)’이다.
장지연의 서문에는 “옛 어진 부인의 말과 행실을 기록한 책이다. 유향의 『열녀전』을 모방하였으나 그 체제를 더 세분화하여 사천(事天)에서 학문(學問)까지 17항목으로 나누었다.”고 하였다. 서한의 경학가 유향이 쓴 『열녀전』을 주로 따랐고, 동한 이후의 중국 인물과 백제, 신라, 고려, 조선의 인물을 순서대로 수록했는데, 한국의 인물은 극히 적은 수에 불과하다.
1권은 총9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장의 이름은 사부(事夫), 사구고(事舅姑), 화숙매(和叔妹), 목제사(睦娣姒), 사부모(事父母), 사형수(事兄嫂), 거투(去妬), 안빈(安貧), 교자(敎子), (부훈자(附訓子)이다. ‘사부’장에는 순임금의 두 부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에서 조선의 안동 김씨까지 9명이 실려 있다. ‘사구고’에는 한(漢)나라 강시(姜詩)의 처에서 조선의 고솔마을 효부에 이르는 모두 9명이 실려 있다. ‘화숙매’에는 영가 하씨(永嘉 何氏) 1명이고, ‘목제사’에는 진(晋)나라 왕혼(王渾)의 처 종씨(鍾氏) 등 3명, ‘사부모’에는 제나라 태창녀(太倉女)에서 조선의 김사월(金四月)까지 모두 6명이 소개되었다. ‘사형수’에는 송나라 추영(秋英)이 실려 있고, ‘거투’에는 포소의 처 여종(女宗)과 진나라 조쇠(趙衰)의 처가 소개되었다. ‘안빈’에는 초나라 접여(接輿)의 처에서 신라백결(百結)선생의 처에 이르는 4명이 실려 있다. ‘교자’는 주나라 태임(太姙)과 맹모(孟母), 신라김유신의 모 등 8명이 소개되었는데, 그 부록인 ‘훈자(訓子)’에는 제나라 재상 전직가의 모 등 7명으로 ‘교자’와는 달리 성인이 된 자식을 훈계한 어머니들이다. 1권에는 총 50명이 실려 있다.
2권은 총8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자애전자(慈愛前子), 인후대하(仁厚待下), 경신(敬身), 중의(重義), 수절(守節), 복구(復仇), 잠적(蠶績), 학문(學問)이 그것이다. 전처 자식에게 자애로웠던 사람으로는 5명, 아랫사람에게 후덕하게 대한 사람을 송나라 정자(程子)의 모 후씨(侯氏) 등 5명, ‘경신’에는 송나라의 백희(伯姬) 등 3인, ‘중의’에는 노나라의 의고자(義姑姉)에서 신라 율리(栗里) 의 설씨에 이르는 6인이 올라있다. ‘수절’이 가장 많은 20인으로, 백제도미의 처, 고려이동교의 처 배씨, 조선 선산 사람 향랑의 3인 외 17인은 중국 사람이다. ‘복구’에는 조선의 송열부 등 4인, ‘잠적’에는 중국 노나라 공보문백의 모와 제나라 서오(徐吾) 등 3인이 실려 있다. 마지막 ‘학문’에는 『여계(女誡)』의 저자인 중국한나라의 조대가(曹大家) [반소(班昭)], 『여논어(女論語)』의 저자인 당나라의 송약화(宋若華)·송약소(宋若昭) 자매, 조선의 신사임당과 갈암 이현일(李玄逸)의 모친 장씨 등이 소개되었다. 구성 형식은 한문을 먼저 싣고 언문 번역을 뒤에 나란히 실었다.
‘동서와 화목하기[목제사]’, ‘오빠의 아내를 존중하기[사형수]’. ‘전처 자식을 사랑하기[자애전자]’, ‘원수에게 복수하기[복구]’, ‘방적일에 충실하기[잠적]’ 등의 주제나 항목을 독립 제목으로 삼은 점이 기존 교훈서의 구성과 다른 점이다. 여성에게 요구된 일이나 덕목을 좀 더 세분화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